정동영 “대통령 비켜서 있는게 새 질서 만드는데 도움”

  • 입력 2007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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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신당 추진을 둘러싼 열린우리당 내 각 세력의 주도권 다툼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민주당 등과의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신당파와 당 사수파의 힘겨루기는 일단 신당파 쪽으로 저울이 기울었다.

그러나 신당파 내부에 균열이 생기면서 새로운 전선이 생겨나고 있는 것. 조배숙 김부겸 의원 등 재선 의원 5명이 3일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사진) 전 의장의 ‘2선 후퇴론’을 제기한 데 이어 당내 실용파를 대변해 온 강봉균 정책위의장도 4일 김 의장의 정책노선을 ‘좌파’라고 비판하며 ‘백의종군’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같은 균열은 지난해 12월 말 당내 최대 주주로 여겨져 온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이 긴급 회동해 ‘원칙 있는 국민의 신당’ 창당 합의문을 발표하는 등 신당 추진의 전면에 나선 데서 비롯됐다.

이에 김 의장 측 우원식 의원은 “강 정책위의장의 좌파 주장은 변형된 색깔론”이라고 반발했다. 김 의장계인 민주평화연대(민평련)는 이날 오찬 모임에서 김 의장을 ‘좌파’라고 공격한 강 정책위의장을 비판하고 이 같은 발언이 또 나올 때는 강력하게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장도 이날 저녁 YTN과의 인터뷰에서 “누가 누구를 배제하고 포함시키고 하는 권리를 부여받은 사람은 없다”며 ‘2선 후퇴’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그는 “당의 중진들과 의견을 나눈 결과 대통령이 옆으로 비켜 서있는 것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공통분모를 확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신당파 내부의 균열은 예상된 것이었다.

김 의장을 중심으로 한 민평련과 중도 성향의 실용파는 대북 정책과 부동산 정책 등에서 뚜렷한 노선 차이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또 실용파는 대체로 민주당과 고건 전 총리와의 통합을 통해 세를 불린 뒤 정치권 밖의 ‘제3세력’을 끌어들이자는 논리인 반면 김 의장 측은 고 전 총리보다는 제3세력에 관심을 두고 있다.

당 사수파는 이런 균열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신기남 의원은 이날 당 사수파인 ‘혁신모임’ 의원 오찬에서 “신당파는 제2의 후단협(후보단일화협의회·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를 추진했던 반노무현 성향의 의원 모임)이다. 당을 외부에 갖다 바치려는 것에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이 휘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혁신모임 소속 의원들은 “통합신당을 결의하는 전당대회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기존의 견해를 재확인했다.

한편 정대철 상임고문은 이날 자신의 63회 생일을 맞아 통합신당 추진에 공감하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전·현직 의원 20여 명과 만찬회동을 하는 등 외곽에서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이 자리에는 정 고문의 경기고 후배인 김 의장을 비롯해 열린우리당의 김덕규 유재건 문학진 의원과 민주당의 신중식 이낙연 최인기 의원,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이 참석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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