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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2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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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구도 가시화 가능성=우선 현재의 북한 고립과 남북관계 교착을 타개할 단안을 내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북한에 가장 시급한 현안인 안보문제와 경제문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고자 하는 김 위원장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 대가로 평북 영변의 5MW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고,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하는 것을 상정해 볼 수 있다.
1998년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한 후 유럽연합(EU)과 적극적인 관계 개선에 나섰던 선례에 비춰 볼 때 핵 보유의 여세를 몰아 개혁 개방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후계구도를 가시화해 체제의 공고화를 꾀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북한 내부에서는 최근 김일성 부자의 10대 시절 영웅담을 적극 선전하는 한편 김 위원장만을 지칭하던 ‘혁명의 수뇌부’를 후계자까지로 확장해 표현하는 등 사전 정지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이기동 남북관계연구센터장은 “교육 분야를 담당하던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선전선동담당으로 다시 옮겨갈 것이란 소문이 있다”며 “김기남 비서를 비롯한 엘리트의 이동은 후계구도 정립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말했다.
김기남 비서는 김 위원장으로의 후계구도 확립에도 관여했으며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유훈(遺訓) 통치’라는 슬로건을 만들어 낸 장본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남북관계 복원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일연구원 전현준 선임연구위원은 “경제난 해결의 실질적 지원자가 남측이라는 것을 잘 아는 북한이 ‘민족공조’를 명분으로 2007년 초부터 적극적인 대남 공세를 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007년 대선에서의 극적 반전을 노리는 여권과 북한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대가 꺾였던 ‘꺾어지는 해’=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8∼22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13개월 만에 재개된 6자회담은 ‘금융제재 해결 없이는 핵동결 논의를 할 수 없다’는 북한의 완강한 주장 때문에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또한 북한은 앞으로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할 태세여서 회담 전망도 밝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꺾어지는 해’를 맞았다고 미국의 압력에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은 낮다는 것.
오히려 2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동당 창건 60주년이자 선군정치 10년, 민족적으로는 광복 60주년을 맞았던 2005년 북한은 2월 10일 핵 보유를 선언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5년 전인 2002년에도 김 위원장 부자가 60회와 90회 생일을 맞았지만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이용한 핵개발에 나서며 2차 북핵 위기를 촉발시켰다.
한편 꺾어지는 해의 주요 기념일이 되면 북한에 항상 신비한 자연현상이 일어난다고 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최고사령관 추대 15주년 및 김 위원장의 생모인 고 김정숙의 89회 생일을 맞은 24일 “23일 오전 9시경 싸락눈이 내리면서 약간 흐려 있던 평양 쪽 하늘가에 전례 없는 거대한 햇무리가 비껴(비스듬히 비쳐)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고 보도했다. ‘태양 주위에 커다란 원을 그리며 칠색 영롱한 빛을 뿌리는 햇무리는 30분간 계속됐다’고 전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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