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회, 특정 정당·시민단체 장악 기도

  • 입력 2006년 12월 11일 15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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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호(44.미국명 마이클 장)씨가 총책을 맡은 이적단체 일심회가 북한 지령을 받아 남한 내 통일전선체를 구축하기 위해 특정 정당과 시민단체를 장악하려 한 정황이 공안당국에 포착돼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공안당국은 일부 정당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일심회의 하부조직인 `백두회', `선군정치동지회', `8.25동지회' 등에 포섭돼 활동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단서들이 잇따라 발견됨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11일 공안당국에 따르면 장민호씨가 대남공작활동을 위해 불법 지하당을 먼저 구축하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기존 제도권 정당과 시민단체를 일심회가 결성을 추진한 남한 내 통일전선체로 흡수하려고 시도한 정황과 단서를 다량 확보했다.

장씨는 우선 손정목씨와 최기영씨, 또 이들이 구축하려던 하부조직을 통해 모 정당 중앙당의 특정 부문을 장악하려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공안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손정목씨는 이 시나리오에 따라 최기영씨를 통해 지역조직의 한 인사를 모 정당의 중앙당으로 옮기도록 하는 한편 또 다른 인사를 이른바 `지도선'으로 포섭하려 했음을 추정케 하는 정황들이 장씨로부터 압수한 지령문이나 대북 보고문 등에 나타나 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포섭대상자의 개인적인 사정과 일심회 조직원 체포로 성사되지 못했고, 검찰도 일심회 관련 피의자들을 구속기소하면서 "손씨가 최씨와 함께 구성한 하부조직은 대북보고문에 `회'라고만 적시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공안당국은 또 000당 서울시당 담당인 이정훈씨는 서울지역을 5개 정도로 구분해 지역별 거점 하부조직으로 `선군정치동지회', `8.25동지회' 등을 구축한 뒤 이 정당의 지구당이나 외곽조직 인사를 `포치'시키려 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일심회 시민단체 담당 조직원으로서 독자 하부조직인 `백두회'를 구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진강씨는 유력 시민단체를 집중 공략해 반미 활동 등의 전위대로 나서게 함으로써 장씨가 구상한 통일전선체의 `핵심역할'을 담당토록 기도한 것으로 공안당국은 의심하고 있다.

공안당국은 손씨와 최씨가 조직원 포섭을 마무리하지 못해 하부조직 발족에 실패한 점에 비춰 `백두회', `선군정치동지회', `8.25동지회' 등에는 실제로 포섭된 사람들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대북보고문을 정밀분석하는 한편 구속자들을 추궁하고 있다.

결국 공안당국의 수사는 장씨가 직접 지령을 내리고 정보를 보고받는 관계인 핵심 조직원들로 일심회 구성을 완성한 뒤 정치ㆍ군사ㆍ경제ㆍ정당 등 분야를 전담하는 중간 총책들로 하여금 각자 하부조직을 꾸려 기존 시민ㆍ사회단체 등을 장악하려 기도했다는 의혹에 초점이 맞춰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최기영씨 등이 잇단 국정원ㆍ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관련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고 통일전선체 관련 단서들도 대부분 장씨 등으로부터 압수한 문건이나 일부 구속자의 진술 등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신빙성에 의문이 있는 만큼 진실은 공안당국과 변호인단간 치열한 법정공방을 통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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