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은어'로 몰래 교신

  • 입력 2006년 12월 8일 14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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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좋지 않은데 민회사와 연회사에서 수출을 더욱 늘리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사장님 생신날에 진귀한 선물을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올해 9월 북한이 장민호 씨 등 일심회 조직원들에게 내려 보낸 지령의 일부다. 언뜻 봐서는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여기에서 '사장님'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민회사'는 민주노동당, '연회사'는 시민단체, '수출'은 반미투쟁을 뜻한다는 게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설명이다.

장 씨 등은 북한에 보낼 보고문을 작성할 때나 e메일로 지령을 받을 때 보안을 철저하게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은어를 사용했다는 것.

각 정당은 회사 이름으로 위장하는 용어를 썼다. 열린우리당은 '우회사', 한나라당은 '나회사'를 의미했고 민노당 서울시당은 '서회사'로 표기했다. '우리당'은 북한 조선노동당을 뜻하는 단어. 다만 '통회사'는 정당이 아니라 큰 규모의 통일전선체를 뜻하는 은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신변의 변화나 행동도 음어를 사용했다. '급성장염'은 체포를, '입원치료'는 활동중지를 뜻하는 것으로 통했다. '생일파티'는 접선을 가리킨다. 만약 "급성장염 때문에 입원치료를 하게 돼 생일파티를 못한다"라고 하면 "체포돼서 활동을 못하게 됐으므로 접선을 할 수 없다"는 뜻이 되는 셈이다.

또 대북보고 문건 중에는 눈에 띄는 문구와 표현이 다수 들어 있었다. 장 씨는 북한을 '조국(祖國)', 남한을 '적후(敵後)'(적군의 후방)이라고 표현하며 충성을 맹세했다. 장 씨는 "장군님의 영도만 믿고 따르면 이 세상 어떤 적도 물리칠 수 있다"고 적었다.

이진강 씨는 신년 충성의 편지에서 "한 명 한 명을 수령을 결사옹위, 결사관철하는 충직한 전사로 만들어 나가며…" 라고 결의했다. 최기영 씨는 사상교육을 받은 뒤 "장군님의 선군영도가 유일한 정답입니다"라고 했다.

장택동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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