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신당-리모델링' 대치 전선 구체화

  • 입력 2006년 10월 30일 13시 10분


열린우리당 내의 정계개편 방향을 둘러싼 논란이 당 해체를 통한 전면적인 '통합신당론'과 리모델링 수준의 '재창당론', 두 줄기로 나뉜 가운데 양 세력간 대치전선이 극명해지고 있다.

크게 '비·반노' 세력과 '친노' 세력간 대결 양상으로 표면화되고 있는 당내의 두 기류는 내년 대선 정국 전망에 대한 시각차와도 맞물려 있어 양측의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가 서서히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는 휴일인 29일 오후 긴급 회의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례회의를 통해 "정계개편 논의를 비대위 중심으로 질서있게 해나간다"는 원론만을 확인하면서 정기국회 이후로 논의를 미루자는 입장을 드러냈으나, 이미 수면위로 불거진 갈등과 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 목포 방문이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 달라"는 동교동측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호남 민심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당 내 정계개편 논의를 간접적으로 촉진하는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당내 다수를 형성하고 있는 통합신당론자들은 비대위는 정계개편을 논의하기에 적절치 못하다고 전제, 특별기구 구성을 제안하며 '속도조절론'을 주장하는 김근태 의장 등 지도부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 정대철 상임고문은 30일 "정부 여당이 모두 국정 실패를 자인하고 지난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던 선거 구도를 해체한 것을 깊이 반성하고 재고해야 한다"면서 "신당 창당을 위한 당내 특별기구를 설치하자는 천정배 전 법무장관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통합신당을 위한 특위 구성을 촉구했다.

반면 친노(親盧)그룹은 통합신당론을 "지역주의 구도로의 회귀"라고 비난하는 동시에,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씨와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 백원우 의원 등이 분화된 '노사모'의 단합과 재결집을 위한 활동에 나서는 등 '당 사수'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돌입한 양상이다.

백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과 통합을 얘기하는 건 문제가 많다"면서 "저희 젊은 사람들이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명분을 갖고 정치를 해서 일정한 성과를 만들어냈는데 새로운 가치를 제기하지 못한 채 과거로 회귀하자면 쉽게 동의가 안된다"며 통합신당론을 비판했다.

열린우리당은 내달 2일 의원총회를 갖고 정계개편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로 해 양측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정계개편의 방향을 둘러싼 갈등은 여당 내부뿐만 아니라 여당 내 통합신당론자들과 청와대 사이의 갈등으로도 확산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과 천정배 전 법무장관은 22일 오찬을 갖고 정계개편문제를 논의했으나, 서로간의 분명한 입장 차이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 전 장관이 29일 기자회견을 갖고 신당 창당을 전면적으로 주장하고 나선 것도 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서로의 이견을 확인한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천 전 장관은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유일하게 공개 지지한 현역의원이었다. 양자가 제 갈길을 가기로 한 것은 여권의 향후 진로와 관련해 매우 상징적인 장면이다.

당·청이 갈등하는 구체적인 소재는 노 대통령의 탈당 문제와 최근 청와대가 발표한 정무특보단 구성 문제.

29일 오후 열린우리당 비대위 긴급회의에서 한 비대위원이 정무특보단 구성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이 정치에 관여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대통령이 탈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이를 제지하는 다른 비대위원과의 사이에 한때 고성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문희상 유인태 비대위원은 대통령 탈당 문제에 대해 "분위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본인이 판단하지 않겠느냐"며 이 문제가 회의의 쟁점으로 번지는 것을 서둘러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 이해찬 전 총리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로 정무특보단을 보강한 데 대해 상당수 우리당 의원들이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조치", "대선판에 개입하려는 게 아니냐"는 등 노골적인 불만도 나타내고 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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