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장 개성공단 춤파문… 국민 보기에 어처구니없는 일”

  • 입력 2006년 10월 23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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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신…” 열린우리당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김근태 의장이 20일 북한 개성공단 사업 2주년 행사에 참석해 춤을 춘 것과 관련해 “본말이 전도된 점이 있지만 어찌 됐건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개인적으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히며 머리를 숙이고 있다. 김경제 기자
“제가 대신…” 열린우리당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김근태 의장이 20일 북한 개성공단 사업 2주년 행사에 참석해 춤을 춘 것과 관련해 “본말이 전도된 점이 있지만 어찌 됐건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개인적으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히며 머리를 숙이고 있다. 김경제 기자
여야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개성공단 춤 파문’을 두고 22일 공방을 계속했다.

야당은 김 의장의 의장직 사퇴를 요구했으나 김 의장 측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김 의장에 대한 비판론이 대두되고 있어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열린우리당 내의 비판 제기=김 의장에 대해서는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적지 않은 비판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책임론까지 제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의원은 “국민이 보기에 어처구니없는 일이 연출됐다”며 “내가 의장이었다면 지금처럼 가만히 있지 않겠다. 하루빨리 국민 앞에 유감을 표명하고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대책위원인 이석현 의원은 “나는 개인적으로 상황을 이해하지만 간 것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의원이 많고 당내에서도 비난 여론이 있다”며 “개성공단을 방문한 것 자체는 ‘정동영계’ 의원도 찬성하는 사람이 많지만 춤 파문은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역시 비대위원인 정장선 의원도 “당장 의원들이 이 문제를 놓고 반발하지는 않겠지만 10·25 재·보궐선거 뒤에는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야당은 사퇴 요구=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 정권이 평양에서 핵실험 성공을 자축하는 10만 군중집회를 열던 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북한 무용수의 장단에 맞춰 춤판을 벌였다”며 “국민께 사죄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유기준 대변인은 “북한 핵 사태 속에서도 만류를 뿌리치고 북한에 가서 춤판을 벌인 김 의장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국민과 야당은 안중에도 없다는 안하무인격 태도”라며 “국민에게 분명하게 사죄하고 의장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도 김재두 부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김 의장의 ‘춤판’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노무현 정권과 여당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 준 것”이라며 “국민을 더욱 혼란에 빠뜨리고 불안케 한 김 의장은 국민 앞에서 석고대죄하고 의장직을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당사자들 ‘유감이지만 사퇴할 정도는 아냐’=김 의장은 개성공단 방문 당일이었던 20일 저녁 비대위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잘 다녀왔는데 마지막에 그렇게 돼 마음이 불편하다”며 양해를 구했지만 사과 성명을 내지는 않았다.

김 의장은 22일 오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방북 춤 관련 언론보도에 대해 “너무한다”고 불만을 드러내며 “비대위원들에게 ‘내가 실수했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과 함께 방북했던 열린우리당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김 의장 보고 사퇴하라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야당의 주장에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의도는 그렇지 않았지만 국민께 걱정 끼쳐드린 점을 개인적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역시 개성에 동행했던 천정배 의원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김 의장은 북한 핵실험과 관련 없는 평범한 식당 종사자의 손을 잡은 것이며 이는 자연스러운 인간애의 발로”라고 김 의장을 옹호했다. 그는 “‘기어이 가더니 사고 쳤다’는 비난도 있지만 이는 안보 기득권 세력의 집단 반발에 불과하며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함께 개성공단을 찾았던 이계안 의장 비서실장은 “북측 접대원의 손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당의장이 간이무대 위로 올라간 것이 마음에 걸린다”며 “의장 비서실장으로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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