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황 인권위장 사의]또 돌연 사퇴… 이번엔 뭣 때문에?

  • 입력 2006년 9월 26일 03시 07분


장관급인 조영황(사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사의 표명은 돌발적이었다. 임명권자인 청와대조차 25일 사퇴 발언 직후 “배경을 확인 중”이라며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인권위 안팎에서는 위원과 위원, 위원과 사무처 직원 사이의 누적된 의견 대립이 위원장 사퇴로 폭발한 것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돌연 사의 표명=조 위원장의 사퇴 발언은 25일 오후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한 위원의 질문 직후 터져 나왔다. 해당 위원은 조 위원장에게 “워크숍을 하다가 위원장이 퇴장한 일이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고 조 위원장은 이에 대한 해명 대신 “그만두겠다”고 답했다. 워크숍이 돌연 사퇴의 도화선이 됐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인권위 관계자에 따르면 22일 오전 서울 강북구 수유동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상임위원 3명과 비상임위원 7명 중 4명이 참석한 가운데 인권위 운영방안에 대한 비공개 워크숍이 열렸다. 2시간가량 진행된 워크숍에서 일부 위원은 “인권위가 위원 합의제 기구임에도 사무처 중심으로 운영돼 위원들이 배제되고 있다”며 인권위 운영에 강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위원은 인권위 내부의 인사문제를 거론하려 했으나 조 위원장이 이를 저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자리에서 한 위원은 조 위원장이 22일 임채정 국회의장을 만나면서 상임위원을 빼고 곽노현(52) 사무총장만을 대동한 경위를 따지기도 했다는 것.

이에 조 위원장은 불쾌감을 나타내며 워크숍 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의 구조적 문제?=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11명으로 구성된 인권위는 격주로 전원위를 열어 위원 6명 이상의 찬성으로 안건을 통과시킨다. 그러나 위원들 간 성향 차가 커 제기된 사안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긴 토론으로 전원위 회의를 끝내는 경우가 잦았다.

위원들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사안 중 하나인 북한인권 문제의 경우도 조 위원장은 적정 수준에서 합의를 이끌어내 인권위 의견을 표명하려 했지만 일부 위원의 반대로 1년 가까이 입장 표명이 미뤄지고 있다.

위원들 사이에 의견 조율이 잘 이뤄지지 않자 실무처리를 맡는 사무처에 무게중심이 쏠리게 됐고 이에 대해 일부 위원은 큰 불만을 나타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 위원장은 사퇴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전화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인권위의 앞날은?=상임·비상임 위원들은 일단 25일 즉각적으로 조 위원장에게 사의 표명 철회를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조 위원장에 이어 곽 사무총장까지 동반 사퇴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내부 갈등이 쉽게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사법시험 10회 출신인 조 위원장은 대한변호사협회 이사, 방송위원회 광고심의위원장 등을 지냈다. 참여정부에서 제6대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거쳐 부동산 투기 문제로 85일 만에 사퇴한 최영도(68) 인권위원장에 이어 제3대 인권위원장을 맡아 왔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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