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특별회견 주요 발언 뜯어보면

  • 입력 2006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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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美정가 盧대통령 불신 확산▼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KBS와의 회견에서 “분명한 것은 (한미 관계에) 문제가 많다, 많다 했는데 제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만나보니까 만날 때마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미 관계에 전혀 이상이 없다는 노 대통령의 이런 설명은 현실과 거리가 먼, 잘못된 인식이라는 게 외교 전문가 및 한미 정부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한 외교관은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회담에서 문제없음을 확인했다지만 정상회담에서 상대편을 신뢰하지 않을 경우 절대 솔직한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며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의 속내를 읽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좌파적 시각으로 현대사를 해석해 온 브루스 커밍스 미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동맹은 1950년 이래 최악의 상태”라며 “노 대통령이 급진주의자이며 따라서 동맹 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이 노 대통령에게 있다는 견해가 민주 공화당 구분 없이 미국 조야에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에선 공개적으로 표출되지 않지만 미국 정부와 의회 내에는 노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중도 성향의 싱크탱크인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회장을 지낸 모턴 아브라모위츠 센추리재단 고문도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 문제를 다루는 양국의 접근법에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며 “양국이 외교적 수사(修辭)로 덮고 있지만 그 차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낙하산 기관장들 경영 능력 낙제점▼

노무현 대통령은 “능력이 똑같은 사람이면 대통령의 정책을 잘 이해하고 대통령의 정책을 착실하게 이행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을 써야 한다”며 “코드인사라고 하는데 그것은 책임정치의 당연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코드인사이긴 하지만 능력 있는 사람을 쓰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설명이다.

기획예산처가 2002∼2004년 13개 정부투자기관장의 경영 실적을 평가한 결과 8위 이하 꼴찌까지가 모두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코드인사였다. 2005, 2006년에도 꼴찌는 매년 낙하산 사장 차지였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과 가까운 정당 사람들, 이런 것을 계속 문제 삼는데, 능력 없는 사람은 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실상은 정반대인 셈이다.

최근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 경질 파문에서 드러났듯이 ‘급이 안 맞는’ 인사들이 청와대와 가까운 인연으로 추천되고 있는 것이 공공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정부 각 부처는 항상 낙하산이 내려오지 않습니까, 장관이 항상 바깥에서 오니까. 대통령도 낙하산이고요”라는 논리로 낙하산인사를 옹호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후보 시절이던 2002년 10월 한 언론의 질문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은행 및 공기업 민영화 문제와 관련해 “민영화 여부와 무관하게 낙하산인사 중단 등의 공기업 경영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 - 산업생산 등 경제지표 ‘최악’▼

노무현 대통령은 “내가 취임할 때보다 주가가 두 배 이상 올라가 있으니까 ‘경제는 정상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경제가 좋아도 민생이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전년 동기대비 올해 7월의 각종 경제지표는 암울하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4.4% 증가하는 데 그쳐 1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소비재 판매는 0.5% 감소했다. 소비재 판매가 줄어든 것은 18개월 만에 처음이다.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도 2.1%로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

기업 체감 경기도 1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국 2929개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은행의 ‘기업경기 조사’에 따르면 8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2로 전달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2004년 12월(71) 이후 20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은 것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6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자료에 따르면 GDP는 전분기인 1분기(1∼3월)에 비해 0.8% 늘어났다. 지난해 1분기(0.5%) 이후 가장 증가율이 낮다.

노 대통령의 발언 하루 뒤인 1일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민생 경제가 대단히 어려운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굳건한 한미동맹’ 전제로 한 주장▼

노무현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일부 언론’이 추진을 주장하다 막상 정부가 이를 추진하자 입장을 바꿔 ‘딴소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보는 평시작전권 단독행사가 이뤄진 1994년 12월 1일자 사설에서 “북한으로부터의 군사적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지하고 통일 이후에도 대비하는 튼튼한 방위태세를 갖춰 나가야 한다. 한미동맹 체제를 확고히 유지하면서 국군의 전시작전권도 회복하여 국군 주도의 방위태세를 확립하기 위해 정부와 군은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작전권 단독 행사가 ‘군사주권’, ‘주권국가’ 라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적시하면서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군사적 위협 억지와 굳건한 한미동맹 체제를 분명히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현실적 위험 요소가 돼 있고 한미동맹이 크게 흔들리는 위기 국면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본보는 1994년 10월 9일 사설에서 작전권 환수를 언급하면서 “국민 정서나 명분보다 실리를 중시해야 하는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본보는 한미 FTA에 대해서도 기사와 사설을 통해 지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4월 12일자 사설을 통해 “협정이 발효되면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일자리를 증대시킬 것”이라며 “노 대통령은 수구좌파의 왜곡된 주장에 흔들리지 말고 한미 FTA 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되도록 리더십을 발휘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7월 10일자 사설에서는 “FTA를 통한 미국 시장 개척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전략”이라고 FTA의 긍정적 측면을 설명하며 “정부는 시장 개방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정부의 적극적 추진 노력을 강조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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