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나훗카경제특구 협정 백지화

  • 입력 2006년 8월 10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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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한국과 러시아 정부가 합의한 나홋카 경제특구 협정이 사실상 백지화할 전망이다.

모스크바의 고위 외교 소식통은 10일 "러시아 정부는 다음달 중으로 의회에 경제특구법 개정안을 제출한다"면서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나홋카 공단에 입주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관세 및 부가세 면제 등의 각종 혜택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러시아 극동 지역 진출을 계획하던 한국기업들은 1999년 5월 한국과 러시아 정부가 체결한 '나홋카 자유경제구역에서의 공단설립에 관한 협정'에 따른 특혜 존속을 기대했었다.

이 협정에 따르면 공단에 입주하는 한국기업은 수출입 물품에 대한 관세 면제 및 부가세 환급과 함께 러시아에서 외국 기업에 대한 새로운 특혜가 나올 경우 이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한국 국회는 99년 12월 이 협정을 비준했다. 그러나 러시아 의회가 반대했다. 러시아 의회는 협정 체결 이후 지금까지 "한국 기업에 지나친 특혜를 줄 수 있다"며 비준을 미루고 있다.

한국토지공사는 나홋카에서 49년간 토지를 무상으로 빌려 공단을 만든 뒤 국내 업체에 재임대할 계획이었으나 이런 상황 때문에 공단 개발에 착수할 수 없었다.

의회의 반대가 계속되자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7월 경제특구(SEZ)법을 제정해 '나홋카 특혜'를 대폭 축소했다. 주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러시아 정부 관리로부터 'SEZ법이 1999년 나홋카 협정의 특혜를 대체하며 한국도 이 법에 규정된 특혜 이상을 기대할 수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SEZ법은 혜택이 가장 많은 지역인 기술특구에 입주한 기업도 수출세를 물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입주 기업이 러시아 내 특구 이외의 지역에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도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그런데 러시아 정부는 다음달 다시 SEZ법을 개정해 나홋카를 경제 특구 가운데 외국 기업에 대한 혜택이 가장 적은 '항만특구'로 지정한다는 것이다.

항만 특구로 지정되면 나홋카에 입주하는 한국 기업은 관세 및 부가가치세 면제 등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러시아에서 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는 윤명훈 LG화학 모스크바 지사장은 "러시아가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외국 정부와 체결한 협정을 폐기하고 산만한 경제특구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SEZ 법을 마련했다"며 "외국 기업의 혜택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스크바=정위용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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