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마이클 오핸런]이제 北인권을 이야기하자

  • 입력 2006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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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동안 북한의 인권은 한국이나 미국이 관심을 기울이기 벅찬 주제였다. 서울과 워싱턴에는 더 시급한 문제들, 즉 전쟁을 막고, 우발적 무력 충돌을 예방하고, 북한이 핵무장을 하지 못하도록 막고, 북한이 극단적이고 고립적인 길에서 빠져나오도록 달래는 선결 과제가 주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같은 접근법은 잘못된 것이었던 것 같다. 적어도 이제는 잘못된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스탈린식 강제수용소 시스템, 1990년대 대규모 기아의 참극, 지속적인 탄압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대하고 중요한 것으로 만들었다.

이제 우리의 양심은 이 문제를 더는 묵과할 수 없게 한다. 이 비참한 문제에 집중하는 것을 여전히 사치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1970년대 소련 블록에 인권문제를 들이밀었던 유럽의 헬싱키 프로세스를 기억해야 한다. 헬싱키 프로세스는 1980년대에 이르러 글라스노스트와 페레스트로이카, 베를린 장벽의 붕괴, 바르샤바조약기구의 해체를 가져왔다. 그리고 소련 자체가 수년 후 해체돼 버렸다.

오늘날 북한 인권문제에 힘을 모으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어렵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 인권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믿지만 그의 대북 정책은 한국에서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고 인기가 없다.

그러나 이달 초 당파를 초월해 미국의 전략가, 행동가, 비정부기구(NGO) 지도자, 전직 관료를 포함한 여러 사람이 초당적인 연합을 구성해 북한 문제 가운데 인권을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나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우리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몇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우리는 북한 체제 전복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북한의 현 체제가 붕괴한다고 해도 유감스러워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결과를 추구하지 않으며 미국이나 한국 정부가 북한 체제 전복을 추구할 것을 독려하지도 않는다.

둘째, 우리는 북한 핵문제만을 따로 떼어내 검증 가능한 협정이 이뤄지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핵문제가 해결되기 전이라고 해서 인권문제가 소홀히 다뤄져서는 절대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셋째, 인권문제는 6자회담 틀 내에서 논의될 수 있으며, 논의돼야 한다고 믿는다. 넷째, 우리는 북한 어린이에 대한 예방접종 같은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자원 공급을 강력히 지지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모든 나라가 북한 난민을 더 폭넓게 받아들일 것을 독려한다.

북한 인권문제 개선을 위해 이처럼 연합이 이뤄진 것은 감명 깊은 일이며 여기에 참가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도움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걸린 국가들의 연합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북한이 베트남식 개혁 모델을 따르도록 유인되어야 하며,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베트남이 국경을 무역과 외국의 투자에 개방하고, 국민의 물질적 풍요를 위해 노력하면서 인권 상황도 급격히 개선됐다. 베트남은 이런 모든 과정을 체제 변화 없이(또는 적어도 체제 전복 없이) 이뤄 냈다. 북한도 그렇게 할 수 있다.

이제 북한이 그 같은 길로 접어들면 공동으로 보상하고, 그렇지 않으면 공동으로 불이익을 주는, 그런 공동의 전략을 찾아야 할 때가 됐다. 세계가 침묵하거나 참고 있기에는 너무나 많은 북한 주민이 여전히 고통 받고 죽어 가고 있다. 이제 시간이 됐다.

마이클 오핸런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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