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니컬러스 크리스토프]지구를 위한 가장 중대한 주제

  • 입력 2006년 8월 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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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에 대한 무관심을 정당화하기 위해 즐겨 사용돼 온 핑계가 있다. ‘그보다 더 유용한 데 돈을 쓰는 것이 낫다’는 말이 그것이다. 예컨대 그 많은 돈을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환자나 포괄적 건강보험 제도를 위해 들이는 것이 낫다는 식의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사실상 지구 온난화의 위험은 피부로 느끼기 힘든 반면 이를 위해 들어가는 금액은 막대하다. 그렇다고 마냥 미루기만 할 일은 아니다. 사소하지만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방법들도 생활화되고 있다. 조그만 노력으로 괄목할 만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오리건 주의 포틀랜드가 대표적인 예다. 1993년 온실가스 감축 법안을 도입한 이 도시는 이미 꽤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포틀랜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대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미국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16%나 상승한 것에 비하면 대단한 성과다. 게다가 이 지역 경제도 후퇴하기는커녕 발전하고 있다.

포틀랜드는 재활용 연료 기준을 도입했다. 2007년 7월 1일부터 이곳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용 디젤유 중 최소 5%는 바이오디젤 혼합유여야 한다. 휘발유도 최소 10%의 바이오 연료를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당장 큰 효과를 낼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은 창의적일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아이디어다.

포틀랜드뿐만이 아니다. 미네소타, 워싱턴, 하와이, 몬태나, 아이오와, 루이지애나, 미주리 등 여러 주가 비슷한 법안을 통과시켜 이를 실행 중이다.

포틀랜드의 법안 통과에 관여했던 랜디 리어나도 씨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다만 수입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조금이나마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한편 경제 개발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연방정부나 주정부 단위에서 시행되는 합리적인 관련 정책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러니 우리 힘으로라도 ‘합리적인 정책’을 만들어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5% 바이오디젤유는 음식점에서 폐기하는 기름에서 뽑아낸 성분이다. 이 연료를 써도 디젤차의 성능은 떨어지지 않는다. 운전자들은 단지 운전 중 약한 감자튀김 냄새가 난다고 말할 뿐이다.

바이오연료를 첨가한 휘발유는 재활용 측면에서 덜 인상적이다. 그러나 사탕수수 등에서 휘발유 첨가용 연료를 추출할 수 있는 만큼 이것 역시도 석유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포틀랜드 지역의 환경학자인 마이클 암스트롱 씨는 “교토 협약 기준인 7% 감축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이 같은 법안이 시행되면 바로 가스 배출량을 1% 정도 줄일 수 있다”고 예상한다.

포틀랜드는 2010년까지 모든 시정부 건물에서 태양력과 풍력을 이용한 전력을 사용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자전거 출퇴근 수요를 늘리기 위해 자전거 도로도 새로 만들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적다. 더욱 시급한(중동 사태와 같은) 일이 쌓여 있다”며 변명을 늘어놓을 수만은 없다. 포틀랜드는 이미 적은 돈을 들여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는 패배주의에 젖지 않고서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의 가장 중대한 뉴스인 중동 사태의 심각한 양상을 보면서, 나 역시 이 칼럼을 쓰지 못할 뻔했다. 하지만 오늘 내가 쓴 이 주제는 ‘오늘’의 가장 중대한 뉴스가 아니다. 이것은 ‘세기’의 가장 중대한 주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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