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진행중인데 실현 미지수… 실제 공사땐 비용도 예측불허

  • 입력 2006년 7월 4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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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북한의 핵 문제 및 미사일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114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남포항 현대화를 계획하고 있는 것은 장기적으로 정치문제에 직접 연계하지 않고 남북경협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왜 남포항인가?=남측의 한강에 해당하는 대동강 하구에 있으며 북한 최대의 공업지역인 평양공업지대의 관문이기도 한 남포항은 북한의 대외무역 화물 취급량 중 28.9%를 차지하는 북한 최대의 항구. 낡기는 했지만 남포∼평양 간 4차로 고속도로(53km)가 나 있어 평양과의 교통도 좋다.

정부로서는 ‘평양의 관문’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남포항을 현대화함으로써 해로를 이용한 남북경협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정부 문건도 ‘해운물류비 절감으로 남북경협발전의 기반을 조성하고, 남북교류 화물 처리 능력 향상으로 기업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점을 사업 목적으로 밝혔다.

▽“남포항 현대화는 장기적 통일비용”=남북경협 활성화 의지는 노무현 대통령이 5월 9일 몽골에서 ‘조건 없이 제도적, 물질적 지원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같은 날 이종석 통일부 장관도 개성공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어떤 정세 변화가 있더라도 남과 북은 개성공단 사업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9월 19일 6자회담 직후 포괄적인 대북 경제지원 계획을 밝힐 당시만 해도 북핵 문제가 해결되거나 해결 국면에 접어들 때 계획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전제가 있었던 것에 비하면 분명히 달라진 태도다.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김근식 교수는 “남포항 현대화 계획은 북측의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을 장기적 통일 비용으로 보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 철학과 맥이 닿아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정경 분리를 하려 해도 미사일이나 핵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공사가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이 남북관계의 현실”이라며 “남포항 현대화 계획이 계획으로만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 세금 부담=일단 정부는 5년간 1140억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상정했지만 실제 공사에 착수할 경우 추가로 어느 정도의 비용이 더 들어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컨테이너부두공단 관계자는 “현대아산 등이 북측과 금강산 등의 사업을 할 때의 경험을 보면 작업 협의 중에 추가로 지원하는 요구 금액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측에 시멘트 철근을 비롯해 부두나 컨테이너 야적장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원자재가 없다는 점도 실제 공사에 나설 경우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정부도 문건에서 “남포항 현대화 사업 후 중장기적으로는 북한 항만 현대화 사업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관련 사업에 투자할 예산 규모가 수조 원대에 이르게 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남포항 현대화에 혈세를 쓰는 데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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