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김태환 제주지사 후보 영입…“무차별 이삭줍기” 역풍

  • 입력 2006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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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金泰煥·사진) 제주지사가 4일 열린우리당 입당을 공식 발표한 것을 두고 ‘개혁 정당’이라는 열린우리당의 무차별 무소신 ‘이삭줍기’ 행태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회의→무소속→한나라당→무소속으로 시시각각 당적을 바꿔온 김 지사가 대표적이지만 최근 열린우리당에 영입된 최기선 인천시장 후보는 신한국당, 염홍철(廉弘喆) 대전시장 후보는 한나라당 출신이다.

또 열린우리당의 경북지사 후보인 박명재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은 올해 초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회에도 이력서를 낸 바 있다.

5·31지방선거 승리에 집착해 당의 기본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도 나온다.

김 지사는 1998년엔 국민회의 소속, 2002년엔 무소속으로 제주시장에 당선됐으며 2004년 6월 제주지사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을 제주지사 후보로 전략공천하자 2월 17일 탈당했으며, 지난달 24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4일 기자회견에선 “소신이 없다고 지탄을 받을지라도 제주의 당면 현안인 특별자치도의 완성 등을 위해 집권당 입당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우리당은 지난달 29일 정동영 의장 주재로 중앙위원회를 열어 진철훈(秦哲薰)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을 후보로 내정했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현 후보에게 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확정 발표를 유보하다가 김 지사로 방향을 돌린 것.

후유증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 우상호(禹相虎) 대변인은 “진 이사장이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선정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진 이사장은 경선 불참 선언과 함께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제주도당 당원 300여 명은 집단탈당을 선언했다.

예상외의 후폭풍에 김 지사도 당황한 듯하다. 김 지사는 이날 오후 10시에 예정됐던 제주지사 후보 TV토론에 불참했다.

‘외압설’도 나온다. 지난달 27일 김 지사의 집무실과 공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던 제주지방검찰청은 “공무원 선거개입과 또 다른 정황을 포착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김 지사로서는 어쩔 수 없이 여당행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열린우리당 탈당설이 나오던 강현욱(姜賢旭) 전북지사가 갑자기 불출마를 선언했을 때도 전북도청에 대한 검찰의 자료 제출 요구와 맞물려 외압설이 제기된 바 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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