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차관 ‘동해 측량시도 철회’ 日에 촉구

  • 입력 2006년 4월 22일 03시 03분


“해법 찾아봅시다”유명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오른쪽)과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한일 외교차관 협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해법 찾아봅시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오른쪽)과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한일 외교차관 협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21일 오후 3시 반경 김포공항.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모습을 드러내자 기다리고 있던 내외신 기자들이 일제히 야치 차관을 향해 몰려들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질문이 쏟아지면서 야치 차관을 비롯한 일본 대표단 10여 명의 발걸음이 주춤거렸다.

일본 측은 곧바로 한국 정부에 “신변에 위험을 느낄 정도”라고 항의했다.

야치 차관은 5시 25분경 외교통상부 청사로 들어오는 과정에서도 곤욕을 치러야 했다. 독도수호범국민연대 회원들이 차량을 동원해 “일본은 독도해역 탐사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그는 바로 옆 정부중앙청사로 몸을 피했다가 외교부 옆문으로 들어 왔다.

야치 차관은 잔뜩 굳은 얼굴에 총총걸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기자들의 질문에는 한 마디도 답하지 않았다. 청사 17층 접견실에서 기다리던 유명환(柳明桓) 외교부 제1차관은 야치 차관이 들어서자 결연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별 말이 없었다.

양측은 실무책임자인 이혁(李赫) 외교부 아태국장과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아주국장이 포함된 ‘2+2’ 협의와 10여 명씩의 실무진이 참석한 확대협의, 또 ‘2+2’를 잇달아 열어 외교적 접점을 모색했다.

이날 협의에서 유 차관이 100여 년 전의 을사늑약까지 거론하며 일본의 독도영유권 분쟁화 의도를 지적한 것은 수로측량이 궁극적으로 독도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정부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양측이 자국의 입장을 개진한 협의 초반부는 팽팽한 대립 양상으로 진행됐지만, 이후 구체적인 대화가 시작되자 의제는 일본의 수로측량 계획과 한국이 추진 중인 독도 인근 수역에 대한 한국식 해저지명 상정 계획 등 크게 2가지로 압축됐다.

유 차관은 해저지명 상정은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 없지만 국제수로기구(IHO)에 상정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한번도 상정 시기를 밝힌 적이 없기 때문에 시기 조절에는 큰 부담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야치 차관은 1978년부터 ‘쓰시마 분지’ ‘순요퇴’ 등 일본식 이름으로 불려져 온 독도 주변 수역에 대한 지명 우선권을 내세워 해저지명 상정을 포기하면 수로측량도 하지 않겠다고 제의했다.

22일까지 계속될 협의에서 합의점이 찾아진다면 이 같은 양측의 주장을 절충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갑론을박을 벌이면서도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선 협상을 조속히 벌여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향후 분쟁의 씨앗을 제거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번 사태가 일본의 독도영유권 분쟁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확실한 만큼 한일 외교차관 협의가 어떤 식으로 끝나더라도 ‘동해 사태’는 명분과 형식을 달리하면서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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