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총리 탄생]黨 입김 세지나

  • 입력 2006년 4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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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공정하게” 한명숙 신임 국무총리가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총리 임명동의안이 가결된 직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축하의 꽃다발을 받았다. 한 총리는 인사말을 통해 5·31지방선거를 깨끗하게 치를 것을 다짐했다. 김경제 기자
“지방선거 공정하게” 한명숙 신임 국무총리가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총리 임명동의안이 가결된 직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축하의 꽃다발을 받았다. 한 총리는 인사말을 통해 5·31지방선거를 깨끗하게 치를 것을 다짐했다. 김경제 기자
한명숙(韓明淑) 신임 국무총리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라는 영예를 안고 출발하지만 그의 앞길에는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기도 하다.

▽무엇을 해야 하나=한 총리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집권 후반기에 공무원 조직을 다잡고 양극화 해소 등 현 정부의 역점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여성부와 환경부 장관을 지냈지만 국정 운영 경험이 풍부하지 않다는 점에서 정부 전반을 장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도 불식해야 한다. 직전 총리였던 이해찬(李海瓚) 의원이 책임총리로서 실권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 총리 자신도 이런 시선을 인식하고 있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정 전반 파악에 신경 쓰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몸무게가 4kg 줄었다는 후문이다.

▽여권 내 권력지형 변화 생기나=청와대와 총리실 등 여권 내부의 권력지형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나 총리실은 이 전 총리 때의 책임총리제 골격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성 총리라는 이유 때문에 국정 운영 시스템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적어도 외형상으론 책임총리제가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운영 면에서는 이 전 총리 때보다 청와대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게 정가의 공통된 관측. 한 총리가 ‘관리형’ 총리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총리가 경제 분야에 밝지 않다는 점에서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으로 대통령경제정책수석비서관을 지내다 최근 국무조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영주(金榮柱) 실장의 역할이 주목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9일 “현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대통령정책실에서 일해 노 대통령의 의중에 밝은 김 실장이 청와대와 정부의 가교 역할을 하며 중요 정책의 조율사로서 한 총리를 보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 때는 국정 현안의 중요한 결정을 노 대통령과 이 전 총리가 직접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노 대통령과 한 총리 간의 관계에서는 김병준(金秉準) 대통령정책실장-권오규(權五奎) 대통령경제정책수석비서관-김영주 실장으로 이어지는 청와대와 총리실 간의 정책라인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또 내각은 한덕수(韓悳洙)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우식(金雨植)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등을 축으로 분권형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열린우리당과의 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여당 5선 의원으로 당정 간 조율을 이끌어 온 이 전 총리와 한 총리의 당내 위상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당정협의에서 과거보다는 당의 입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 안팎에선 “고위 당정협의를 하더라도 이 전 총리 때처럼 총리실이 상대적 우위에 서지는 못할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그러나 한 총리가 정치 지향적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당 쪽의 정치적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달라지는 총리 의전▼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의 입성에 따라 그동안 ‘당연히’ 남성 총리를 전제로 운영되던 총리실 구성과 의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아직 확정된 바는 없지만 한 총리를 수행하고 경호하는 직원들 가운데도 여성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등 여성 보좌진이 늘어날 전망이다. 그동안은 수행이나 경호 모두 남성이 도맡아 왔다.

배우자의 역할과 일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총리 배우자는 국내에선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지만 해외에 나갈 경우에는 총리의 일정과는 별도로 아동복지센터 방문 등의 활동을 해 왔다. 하지만 남성 배우자의 경우 이런 활동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순방 시 의상도 관심사. 일반적으로 여성 배우자는 만찬 등 공식 일정에서 한복을 자주 입는다. 그러나 한 총리의 경우엔 본인은 물론 배우자도 한복보다는 양장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총리실과 총리공관의 회식문화에도 변화가 생길 듯하다. 이전 총리들의 경우 총리실 간부나 각계 인사들과 회식을 자주 하며 폭탄주를 즐겼으나 앞으론 그런 자리가 줄고 회식자리에 와인이 등장하는 등 품격도 달라질 것이란 얘기다. 이에 따라 총리의 대외활동비 규모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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