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금(金)밥통’

  • 입력 2006년 4월 14일 03시 00분


기업들이 과학적 관리법을 동원해 경영 혁신에 나선 지 100년이 돼 간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철강회사에서 근로자의 표준작업을 연구해 충격을 주었던 미국의 프레더릭 테일러는 1911년 ‘과학적 관리의 원칙’을 발표했다. 1913년엔 헨리 포드가 도축장 작업에서 힌트를 얻어 컨베이어 방식을 고안했다. 이 덕분에 자동차 조립 시간이 종전의 10분의 1로 단축돼 대량 생산 시대를 앞당겼다.

▷1950∼70년대 일본 기업들은 전사적 품질관리(TQM)를 운동으로 발전시켜 생산성을 높인 결과 경제 대국으로 거듭났다. 1980년대 미국 기업들은 일본 기업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 갔다. 미국 기업인들에게 큰 충격을 준 NBC방송의 품질관리 관련 다큐멘터리 제목은 ‘일본은 하는데 우리는 못한다고?’였다. 정부와 산업계, 학계는 미일 간 경쟁력 차이가 품질에서 나온다고 결론을 내리고 경영 혁신을 후원했다. 당시 상무장관 이름을 딴 ‘맬컴 볼드리지(MB) 품질상(賞)’이 1987년 제정됐고 많은 기업이 이 상에 도전한다.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한다. 1990년대 초 미국 기업들은 불필요한 업무 흐름을 제거해 성과를 극대화하는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를 받아들였다. 이어 GE가 성과를 본 것을 계기로 6시그마가 세계에 퍼진 지 10년이 됐다. 6시그마는 모든 업무 흐름을 측정 분석해 불량률을 줄이는 등 전(全)방위 혁신 방법이다.

▷요즘은 정부도 혁신을 말한다. 정부 내에 추진 조직도 만들어졌고 담당 공무원도 생겼다. ‘기업이 하는데 정부는 못한다고?’라고 결심했다면 환영할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12일 정보통신부 혁신 행사에 참석해 “혁신으로 일 잘하는 공무원은 철밥통이면 어떻고 금밥통이면 어떠냐”고 말했다. 엄청난 혁신이라도 했다는 얘기인가. 공무원 사회에 ‘철밥통 깨기’ 개념을 더 강조해야 할 상황 아닌가. 비용과 효율 개념도 약한데 공무원 증원에 증세(增稅) 주장을 일삼고 ‘철밥통’을 당연시하는 것은 세계의 흐름과도 안 맞는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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