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일정을 바꿔달라고?

  • 입력 2006년 3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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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를 국빈 방문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왼쪽)이 9일(현지 시간) 아부자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올루세군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아부자=석동률  기자
나이지리아를 국빈 방문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왼쪽)이 9일(현지 시간) 아부자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올루세군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아부자=석동률 기자
나이지리아를 국빈 방문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9일 오후(현지 시간) 올루세군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에너지 자원 및 정보통신 산업 분야의 실질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 석유 소비량의 2년6개월 치인 20억 배럴 규모의 해상 유전(2개) 개발을 위한 ‘나이지리아 해상광구 생산물 분배계약’을 했다.

올해부터 탐사에 착수해 유전 개발에 성공하면 한국은 지분의 60%에 해당하는 12억 배럴 상당의 원유를 확보하게 된다.

한국 측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나이지리아에 대해 △조류 인플루엔자(AI) 대책 20만 달러 △직업훈련센터 건립 80만 달러 △지역 주민 지원사업 70만 달러 등 총 170만 달러의 무상원조 계획을 시행하기로 했다.

당초 이번 정상회담은 10일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측이 7일 이집트를 방문 중인 노 대통령 측에 하루 앞당겨 정상회담을 하자고 요구했다.

나이지리아 측은 이번 일정 변경이 오바산조 대통령의 사정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집권 연장을 기도하는 오바산조 대통령이 주말에 열리는 국민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정상회담을 앞당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측은 “다른 일도 아니고 정상회담에 임박해 일정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외교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의했지만 결국 나이지리아 측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갑자기 바뀐 일정 탓에 노 대통령 일행은 공식 환영식에 이어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 국빈 만찬 등을 몇 시간 만에 소화하는 강행군을 해야 했다.

한편 이번 노 대통령 순방 전세기 운항사인 대한항공은 9일 노 대통령을 수행하는 정부 관계자 및 취재기자들에게 컵라면 즉석조리밥 생수 통조림 모기약 반창고 진통제 등을 담은 일명 ‘서바이벌 키트’를 제공했다.

내전 상황인 데다 외국인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깨끗한 식당이 거의 없고, 말라리아나 황열병 등 풍토병에 걸리기 쉬운 나이지리아의 사정을 감안해 호텔에서 쓸 비상식량과 약품을 지급한 것.

이날 나이지리아 정부군 대변인은 남부 유전지대에서 정부군과 반군의 충돌로 적어도 8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아부자(나이지리아)=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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