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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3월 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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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골프=이 총리는 1일 오전 항공편으로 부산에 내려와 오전 9시 반경 기장군 아시아드 컨트리클럽에서 지역 기업인 세운철강 신정택 회장(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예정자) 등 상공인들과 2개 조로 나눠 골프를 쳤다.
이 총리는 같은 시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았고 비공식 일정임을 감안해 경찰 경호를 요청하지 않았다.
골프 모임은 지역 상공인들의 요청으로 오래전에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골프가 끝나자 오후 3시경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하고 몸이 불편한 장모를 병문안한 뒤 오후 8시 반경 상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의 장모는 부산에 살고 있다.
이 총리가 골프를 친 날은 한국철도공사 노조가 파업을 시작해 건설교통부와 노동부, 경찰과 검찰,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비상근무를 하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총괄책임을 져야 할 총리가 골프를 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골프 악연(惡緣)’=이 총리가 골프 때문에 물의를 빚은 적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식목일인 지난해 4월 5일엔 강원 양양군에서 대형 산불이 났는데도 골프를 쳐 물의를 빚었다. 이날 골프는 식목일이자 공휴일을 맞아 사전에 식목행사 후 총리실 직원들끼리 골프를 치기로 예정된 것이었다. 조영택(趙泳澤) 국무조정실장을 비롯해 총리실 간부 7명과 함께 모두 8명이 2개 팀으로 나눠 경기 포천시에서 라운드했다.
불과 3개월이 채 지나기도 전인 7월 2일엔 남부지방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큰 피해가 발생했는데 이 총리는 제주도의 N골프장에서 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부 장관, 이기우(李基雨) 당시 총리비서실장, 프로골퍼 한 명과 골프를 쳤다. 총리 취임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사전에 잡혀 있던 일정이었다.
또 이 총리는 청와대와 검찰, 법원에 전방위 로비를 한 의혹을 받고 있는 브로커 윤상림 씨와 2003년 2, 3차례 골프를 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판박이 경위 및 해명=이 총리가 골프 물의를 빚을 때마다 총리실 측은 “이미 오래전에 잡힌 약속이었다”고 했다. 사전 약속이라 어쩔 수 없이 골프를 쳤다는 설명이다. 또 “업무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는 해명을 반복했다.
3·1절 골프에 대해 총리실 관계자는 “이미 오래전에 부산 상공인들과 잡힌 약속이었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또 “철도 파업 대책은 전날 수립해 놓았고 현 상황에 대한 사태 파악 등 업무 수행에는 전혀 소홀함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남부지방 집중호우 때의 골프에 대해서도 경위와 해명은 비슷했다. 당시 총리실 관계자는 “장마와는 상관없이 이미 오래전부터 골프 일정이 잡혔다”며 “긴급사항은 휴대전화로 다 보고받고 즉시 대처 방안을 지시 내릴 수 있다. 제주에 있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총리는 강원도 산불 때의 골프에 대해서만 유일하게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근신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골프를 시작할 때는 불길이 잡혔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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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여당=열린우리당 일각에서는 “이 총리가 골프광이 맞긴 맞는 것 같다”며 허탈하다는 반응과 함께 이 총리의 자중과 반성이 필요하다는 주문까지 내놓았다.
열린우리당의 수도권 한 의원은 “이 총리가 3·1절 기념식에도 불참하면서 철도공사 파업 일에 골프를 친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며 “이 총리가 사과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중앙당의 한 당직자는 “지난달 28일 대정부 질문에서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이 이 총리와 (브로커 윤 씨와의 골프와 관련해) 설전을 벌인 것을 놓고 한나라당의 정치공세를 비난했는데 이 총리의 3·1절 골프로 할 말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계진(李季振)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국회에서 거물 브로커 윤상림과의 골프 회동 여부를 묻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호통을 친 근거는 무엇이냐”고 비난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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