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이 NSC 기밀 유출

  • 입력 2006년 2월 2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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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최재천(崔載千) 의원이 1일 공개해 파문을 일으킨 ‘전략적 유연성’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록(3급 비밀)의 외부 유출자는 대통령의전비서관실에 근무 중인 외교통상부 출신 이종헌(李鍾憲·50) 행정관인 것으로 22일 밝혀졌다.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의 기밀문건 유출 경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이 행정관이 이번 주 초 사건의 전모를 자백했다”며 “외교부로 돌려보낸 뒤 중징계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행정관은 NSC 사무차장을 지낸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에게 평소 비판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 문건 유출이 이 장관을 견제하려는 외교안보라인 내 ‘자주파’와 ‘동맹파’ 간의 권력 다툼에서 비롯된 ‘고의’가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 행정관은 자주파의 핵심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말 서울의 모 호텔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K(모 대기업 근무) 씨와 최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화제에 오르자 자신이 갖고 있던 2005년 12월 29일의 NSC 상임위 회의록을 보여 줬다는 것.

이 행정관은 조사 과정에서 “중요한 내용이라 판단한 최 의원이 문건을 필사했다. 최 의원이 발표하지 않고 참고자료로 쓰기 위한 것으로 생각해 제지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대통령제1부속실의 외교부 출신 이성환(李誠煥·30) 행정관에게서 “업무에 참고한다”며 이 문건을 건네받아 갖고 있었다는 것.

김 대변인은 문건을 공개한 최 의원에 대해서는 “조사 결과를 당 지도부에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문서를 유출한 이 행정관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최 의원이 국회 등에서 공론화해서 이 문제를 따질 모양이구나’하고 건설적으로 생각했다”며 “문건을 주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행위였고 공직자로서 응분의 처분을 받겠다”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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