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삼성 내놓은 8000억 정부서 관리 필요”

  • 입력 2006년 2월 21일 03시 03분


코멘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0일 삼성그룹이 내놓은 8000억 원의 운용 방식에 대해 “궁극적인 관리는 시민사회가 하더라도 소모적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과정과 절차를 관리해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삼성은 8000억 원의 사회출연금을 정부와 시민단체의 협의에 맡긴다고 발표했지만 누가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출연금의 관리 주체와 용도 등의 문제가 표류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빈곤의 세습과 교육 기회 양극화를 막기 위해 소외계층과 저소득층 지원에 사용되는 방향이라면 우리 사회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맞을 것”이라며 “대통령정책실과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협의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삼성이 내놓은 8000억 원의 관리 주체를 정하는 작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정부는 이미 노 대통령의 발언이 있기 전부터 돈의 관리 주체와 용처에 대해 각 부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물밑작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인적자원부 보건복지부 산업자원부 등은 삼성의 8000억 원 헌납 발표 직후부터 삼성 측에 전화로 기금을 사용할 수 있는지 타진하기도 했다.

특히 정부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예산처는 대통령정책실과 이 문제의 처리를 두고 긴밀히 협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정부 결정에 따르겠다”고 하면서도 내심 8000억 원의 사용 주체가 다양하게 나눠져 돈이 흐지부지 쓰이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가능하다면 돈을 관리하는 재단이 설립돼 기금 형태로 운용하면서 장기적인 사회 공헌 활동을 하기를 원한다.

정부도 삼성 헌납금을 기금 형태로 관리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어 조만간 정부 주도로 재단을 이끌 이사진이 구성될 전망이다.

다만 정부가 재단 이사진을 구성하면서 ‘코드’를 고려한다면 자칫 헌납 취지와 다른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양대 나성린(羅城麟·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자칫 대표성 없는 이른바 ‘진보 성향’ 인사들이 이사진을 장악해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돈을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삼성이 공익재단을 설립해 중립적이고 존경받는 인사로 이사진을 짜는 일까지는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