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검사, 千법무 취중발언 비판

  • 입력 2006년 1월 18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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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의 발언은) ‘권한을 가진 법률가는 그에 관한 개인적인 의견을 외부에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적인 법조윤리에 정면으로 반한 것입니다.”

현직 검사가 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의 ‘취중발언’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글을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렸다.

대검찰청 금태섭(琴泰燮·사진) 검사는 17일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X파일에 검찰과 관계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부담스럽다”고 운을 뗀 뒤 “법률가라면 언론으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는 사건에 대해서도 인권을 앞세워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직업윤리 규범”이라고 말했다.

금 검사는 “기본적인 직업윤리에 관한 문제는 지위의 높낮이에 상관없이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며 글을 올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법무장관이 수사 결론에 대해 공식적인 처리 결과와 다른 개인적인 견해를 표명하는 것은 일반인의 경우와는 전혀 다르다”며 “기소를 하지 않으면서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람들의 유무죄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적어도 검사인 나로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무장관에 의해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이로 인한 피해를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 검사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 침해를 막는 것, 그것이야말로 ‘헌법학의 기본’이고 법무부와 검찰의 존재이유가 아니겠는가”라며 글을 맺었다.

천 장관은 12일 밤 출입 기자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X파일’ 사건과 관련해 “(홍석현 전 주미대사와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 두 사람이 대화한 것을 녹음했는데 그것보다 정확한 증거가 어디 있겠느냐” 등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검찰은 지난해 말 X파일 수사와 관련해 홍 전 대사와 이 본부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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