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관보 깜짝 訪中…김정일 면담-6자회담 조율 여부 관심

힐 입국
미국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1일 밤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힐 차관보는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12일 6자회담의 재개 방안을 논의한 후 중국을 방문한다. 김미옥 기자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0일과 11일 일본 도쿄(東京)와 서울을 경유해 12일 중국을 방문한다.

12일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기간과 겹친다.

힐 차관보의 이번 방중은 당초 예정에 없던 일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방중 기간과 겹치는 것은 우연일까?

“힐 차관보의 중국 방문이 김 위원장의 방중과 전혀 무관치는 않다.” 미 행정부 소식통의 코멘트다. 힐 차관보가 김 위원장의 방중에 맞춰 워싱턴에서 ‘급파’됐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이번 힐 차관보의 방문을 일종의 ‘탐색 임무(probing mission)’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달러 위조 문제에 대한 김 위원장의 ‘속내’도 탐색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힐 차관보와 김 위원장의 ‘예기치 않은 만남’ 가능성도 초미의 관심사다.

11일 밤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힐 차관보는 “김 위원장을 만날 계획이 없으며 6자회담 논의차 관련국들을 순방하는 것”이라며 일단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지난해 주한 미 대사관 인터넷 카페를 통해 방북 희망 의사와 함께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던 힐 차관보인 만큼 이번 기회를 적극 활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 역시 ‘김 위원장 측이 접촉을 원한다면 이에 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가정에 대한 답은 하지 않겠다”고만 말해 여지는 남겼다.

실제 한미 양국의 외교 소식통은 11일 “현재 베이징에서의 움직임이 부산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힐 차관보를 직접 면담하기보다는 최측근들을 내보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힐 차관보는 이날 입국 직후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 내정자와 접촉한 뒤 12일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조찬을 함께하며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송 차관보는 9∼10일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6자회담 재개 방안을 협의했다.

그는 11일 “가급적 1월 중에는 다음 회담의 시기라든지 관련 사항에 대한 윤곽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뭔가 중국 측과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눴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송 차관보의 중국 방문 시점 역시 김 위원장의 방중 직전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그의 방문이 김 위원장의 방문을 사전에 인지하고 이뤄진 것은 아니더라도 김 위원장-힐 차관보-송 차관보의 방중은 묘한 ‘3각 조합’을 연상시킨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