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2006정부예산안]정부 어설픈 감세不可 논리 쓴웃음

  • 입력 2005년 11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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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정책의원총회. 한나라당이 최근 5조 원대의 감세와 8조9000억 원 규모의 예산 삭감을 주장한 데 대한 반대논리를 여당 의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기획예산처 장병완(張秉浣), 재정경제부 박병원(朴炳元) 차관이 나섰다.

국가채무가 선진국에 비해 훨씬 낮고, 내년 경제성장률도 5%를 무난히 넘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정부 예산을 줄이거나 세금을 깎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들이 제시한 기본 논리였다.

그러나 몇몇 사안은 유리한 통계만을 인용했고 또 일부는 정부 부처를 위한 사안을 ‘국민을 위해서’라는 모호한 논리로 포장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의원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장 차관 등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휘발유 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5위로 ‘외국과 비교해 높지 않은 수준’이어서 국세의 18%나 차지하는 유류세를 낮출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소득 대비 휘발유 값을 계산해 보면 한국은 미국의 7배, 일본의 3배, 프랑스의 2배에 이른다.

또 공무원 인건비의 경우 내년 공무원 처우 개선 예산증가율이 3%로 총연봉으로 따지면 민간기업의 9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감축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내년에 출범하는 공무원 노조도 고려해야 한다”는 내부 사정을 거론하기도 했다.

내년도 정부 홍보예산이 올해보다 17.6% 증가한 데 대해서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국민 이해와 무관하게 정책 집행을 했지만 현재는 관계자 갈등 조정이 필수적”이라는 이유를 댔다.

이 밖에 21개 대통령자문위원회의 내년 예산이 310억 원으로 11.1% 증가한 것에 대해선 “다른 OECD 국가에도 위원회가 많다”고 했고, 상당액이 직원 워크숍 경비에 쓰이는 각종 ‘혁신예산’ 297억 원에 대해서는 “대국민 행정서비스 향상에 기여한다”고 했다.

총회에 참석한 한 의원은 “‘장밋빛 통계’와 ‘불가피한 지출 상황’을 과연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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