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 도청테이프 274개는 원본”…원본 모두 태웠다더니

  • 입력 2005년 11월 2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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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옛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안기부 비밀도청조직 ‘미림팀’ 팀장이었던 공운영(孔運泳·구속기소) 씨 집에서 7월 29일 압수한 도청 테이프 274개가 복사본이 아니라 원본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1일 밝혔다.

▽“국정원 복사본 소각”=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공 씨에게서 압수한 테이프가 원본이라는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며 “국정원의 회수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당초 공 씨 변호인인 서성건(徐盛健) 변호사는 8월 2일 “(공 씨 집에서) 압수된 테이프는 복사본”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국정원이 1999년 12월 공 씨에게서 반납 받아 소각했다고 밝힌 테이프 261개가 원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검찰 수사를 통해 당시 공 씨가 원본은 자신이 보관하고 복사본을 국정원에 제출했음이 드러났다.

테이프 회수 과정이 허점투성이였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정원은 또다시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테이프 13개가 핵심?=검찰이 공 씨 집에서 압수한 테이프 274개가 원본으로 확인됐지만 추가 복사본의 존재와 유출 여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특히 국정원이 소각한 테이프(261개)와 검찰이 압수한 테이프(274개) 간에 차이가 나는 테이프 13개의 행방과 내용, 보관 경위 등을 둘러싼 궁금증도 더욱 커지고 있다.

수사 진행 상황으로 볼 때 검찰은 이미 이 부분에 대해 확인 작업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황교안(黃敎安) 2차장은 “(테이프 13개를 반납하지 않은 것이)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수사팀 관계자도 “테이프 13개의 행방을 확인했으며 내용도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공 씨가 천용택(千容宅) 당시 국정원장과 관련된 테이프 등 ‘알짜’는 아예 복사를 하지 않고 따로 보관했던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국정원은 복사본 몰랐나=검찰은 “테이프가 원본인지를 어떻게 확인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정원도 공 씨에게서 반납 받을 당시 테이프가 복사본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과 국정원 일부에서는 공 씨가 원본을 감추고 복사본을 반납했다는 사실을 국정원도 어느 정도 감지했을 거라는 주장을 제기한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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