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재산형성 소명 의무화 되면…

  • 입력 2005년 11월 2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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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직자의 재산 문제에 대한 검증이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 주식백지신탁제 시행, 재산 형성 과정 소명 의무화, 스톡옵션(주식 매수 청구권)의 재산 공개 대상 포함 추진 등이 그것. 이 가운데 주식백지신탁제도는 이달 1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내년 상반기에는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소명을 의무화하는 공직자윤리법이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 여당은 미실현 이익이라는 이유로 재산 공개 대상에서 제외했던 스톡옵션도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철할 태세다.》

▽검증 철저하게=열린우리당 김한길 의원 등이 1일 발의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의 취지는 “어떻게 재산을 모았느냐”를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1993년 김영삼(金泳三) 정부 출범과 함께 처음 도입된 공직자 재산공개제도는 재산의 총규모와 1년 사이 재산의 증감액은 파악할 수 있지만 재산 형성의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는 알 수 없다.

이번 개정 법률안은 증빙서류 제출 의무 기한은 보존연한을 고려해 5년으로 정했지만 재산의 취득일자, 취득 경위, 소득원 등과 관련해 최초 자금 출처까지 ‘자술서’ 형태로 철저히 밝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정기국회에서 처리돼 내년 3월 시행되면 공직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이 어느 정도 가능해 고위 공직자가 임기 도중에 낙마(落馬)하는 것을 막고 단지 재산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부도덕하다고 치부되는 폐해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직 고위 공직자들이 재산형성 과정, 공개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 줄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직 선거 출마 희망자에 대한 여과장치 기능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야당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재산가로 알려진 일부 대권주자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나 법안 발의를 주도한 김 의원은 “시대적 요청에 따른 것일 뿐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재산 형성 과정 소명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공약이기도 했다.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공직자 재산 형성 과정도 공개해야 한다는 이 같은 논의에 대해 ‘재산을 떳떳하게 모으지 않았다면 고위 공직에 나서지 말라’는 대의명분은 있지만 고위 공직자 인재 풀이 고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정부의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들은 대부분 50대 중후반으로 고속성장 개발시대인 1970년대부터 사회활동을 했던 세대다. 재산 형성을 시작할 시기인 30대 중후반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부동산을 이용한 재산 증식이 상식처럼 돼 있던 시기여서 털어서 먼지가 안 날 사람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는 6월 방송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전문적인 경험과 경륜도 갖추고 있으면서 도덕적인 사람을 찾는 게 어려워졌다”고 토로한 바 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들어서 이기준(李基俊) 전 교육부총리, 이헌재(李憲宰) 전 경제부총리, 강동석(姜東錫) 전 건설교통부 장관, 최영도(崔永道)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등이 부동산투기와 위장 전입 등 재산 형성 과정의 문제로 줄줄이 낙마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김 의원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과거의 일을 소명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소급입법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주식을 어떻게 처리할까=재산 형성 과정 소명 문제와 별도로 3000만 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국회의원과 1급 이상 고위 공직자는 직무와 연관이 있는 주식을 매각하거나 신탁기관에 백지 위임하도록 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도 이달부터 시행된다.

‘주식 부자’ 공직자들은 대부분 이에 대한 대비를 끝낸 상황이다. 2월 국회의원 재산 공개 때 총액 2위를 기록한 한나라당 정의화(鄭義和) 의원 측은 “16대 때 재정경제위원회에 있으면서 참여연대의 비판을 받은 뒤 보유하던 부산은행 주식을 다 처분해 이제는 백지신탁제 대상이 될 주식이 없다”고 밝혔다.

재산 총액 6위인 열린우리당 이계안(李啓安) 의원도 현대그룹 재직 시절 스톡옵션으로 받은 현대자동차 주식 1만6000여 주를 모두 매각했다. 재산 총액이 2611억 원으로 최고 재력가인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과 5위를 기록한 한나라당 김무성(金武星) 의원은 소속 상임위를 8월에 옮겼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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