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씨 강연서 대북정책 문제점 꼬집어

  • 입력 2005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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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은 끝났지만 냉전의 원인인 ‘독재와 민주주의의 대립’은 없어졌는가.”

황장엽(사진)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26일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이사장 박관용·朴寬用·전 국회의장)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이 같은 물음을 던졌다. 황 씨는 또 사상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인권 문제로 북한을 압박할 것을 제안했다.

▽잘못된 대북정책=황 씨는 “(정부) 주요 기관의 사람들은 자꾸 ‘남북 간 체제 경쟁은 끝났다’ ‘이제 대북정책은 180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 민족끼리 화해협력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말은 참 좋다”고 꼬집었다.

‘수령 절대주의’나 ‘봉건적 전체주의’로 규정할 수 있는 북한의 독재체제는 그대로인데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게 황 씨의 지적이었다.

그는 “평양에 한 번 다녀온 뒤 ‘김정일(金正日)이 듣던 것과 다르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뭐가 다른지 어떻게 아느냐”며 “우리는 (김정일과) 40년간 같이 있어도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북 간 이념 경쟁에서 남측의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문제에 대해선 아무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며 “한국이 북한에 대해 경제적으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으나 북한이 한국의 정신을 지배하는 데는 5년밖에 안 걸렸다는 말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판단의 잣대는 인권=황 씨는 “국민은 여당이 이렇게 얘기하면 거기에 따라가고 야당이 저렇게 얘기하면 거기에 따라간다”며 “국민이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인 인권옹호를 잣대로 삼아 북한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쟁으로 통일을 하는 것에는 반대하나 민주주의를 양보할 수는 없다”며 “민주주의는 나눠 가질 수 없는 것으로 그걸 양보하면 생명을 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씨는 성장보다는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측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경제를 발전시켜야 하는데 나눠 먹자(분배)는 얘기나 한다”며 “시위에서 선언서 낭독한 사람을 민주투사로 알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경제 발전에 기여해 민주주의 체제를 지킨 사람들이 진정한 민주투사라는 의미였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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