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권 정국’ 숨고르기]與野 “이념공방 부담스러워”

  • 입력 2005년 10월 20일 03시 08분


코멘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19일 상대의 이념과 정체성을 놓고 공방을 계속했다. 열린우리당의 문희상 의장(왼쪽 사진 오른쪽)이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과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오른쪽 사진 오른쪽)는 동료 의원들에게 ‘동지’라는 호칭을 쓰며 ‘구국운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김경제 기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19일 상대의 이념과 정체성을 놓고 공방을 계속했다. 열린우리당의 문희상 의장(왼쪽 사진 오른쪽)이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과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오른쪽 사진 오른쪽)는 동료 의원들에게 ‘동지’라는 호칭을 쓰며 ‘구국운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김경제 기자
여야는 19일에도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 파문과 관련해 상대방의 이념 정체성을 놓고 공방을 계속했다. 하지만 전날에 비해 격렬한 언사는 줄었다.

여권은 한 달 전에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던 점이 부담스러운 듯했다. 한나라당에선 강경투쟁을 놓고 내부의 온도차가 드러났다.

청와대는 이날 ‘더 이상 대한민국을 흔들지 말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소모적인 색깔공방으로 끌고 가는 게 과연 민생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설득하는’ 등 차분한 태도였다. 조기숙(趙己淑)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참여정부가 독재정권과 다른 점은 생각이 다르고 마음에 안 든다고 잡아 가두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의장은 이날 당 지도부회의에서 “유신시대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같고 그 당시의 구국결사대가 부활하는 것 같다”고 강경론을 계속했다.

그는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이 ‘청계천’으로 뜨니까 위기의식이 들어서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세게 나온다는 말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박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을 ‘동지’라고 부르며 ‘구국투쟁’ 동참을 호소했고, 저녁에는 서울 중구 정동 성프란치스코 교육관에서 열린 ‘뉴라이트네트워크’의 행사에 참석해 “뉴라이트와 한나라당은 같은 길을 가고 있다”며 연계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또 팬클럽 ‘박사모’ 회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나라를 구하는 일에 앞장서 달라”고 독려했다.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는 이날 “여당이 한나라당에 색깔론을 뒤집어씌우고 있지만 이것은 색깔론이 아니라 자유민주 체제가 걸린 생사(生死)론”이라며 박 대표를 적극 지원했다.

하지만 일부 소장파 사이에서는 “여당이 노리는 보수 대 진보 싸움 구도에 말려들면 얻는 것도 없이 ‘수구’ 이미지만 다시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당내 차기 대권주자들도 미온적이다. 이 시장은 박 대표의 국가 정체성 투쟁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 측은 “이념 논쟁은 1980년대에 끝났어야 할 소모적인 편가르기”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