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한 달 전에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던 점이 부담스러운 듯했다. 한나라당에선 강경투쟁을 놓고 내부의 온도차가 드러났다.
청와대는 이날 ‘더 이상 대한민국을 흔들지 말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소모적인 색깔공방으로 끌고 가는 게 과연 민생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설득하는’ 등 차분한 태도였다. 조기숙(趙己淑)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참여정부가 독재정권과 다른 점은 생각이 다르고 마음에 안 든다고 잡아 가두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의장은 이날 당 지도부회의에서 “유신시대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같고 그 당시의 구국결사대가 부활하는 것 같다”고 강경론을 계속했다.
그는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이 ‘청계천’으로 뜨니까 위기의식이 들어서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세게 나온다는 말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박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을 ‘동지’라고 부르며 ‘구국투쟁’ 동참을 호소했고, 저녁에는 서울 중구 정동 성프란치스코 교육관에서 열린 ‘뉴라이트네트워크’의 행사에 참석해 “뉴라이트와 한나라당은 같은 길을 가고 있다”며 연계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또 팬클럽 ‘박사모’ 회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나라를 구하는 일에 앞장서 달라”고 독려했다.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는 이날 “여당이 한나라당에 색깔론을 뒤집어씌우고 있지만 이것은 색깔론이 아니라 자유민주 체제가 걸린 생사(生死)론”이라며 박 대표를 적극 지원했다.
하지만 일부 소장파 사이에서는 “여당이 노리는 보수 대 진보 싸움 구도에 말려들면 얻는 것도 없이 ‘수구’ 이미지만 다시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당내 차기 대권주자들도 미온적이다. 이 시장은 박 대표의 국가 정체성 투쟁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 측은 “이념 논쟁은 1980년대에 끝났어야 할 소모적인 편가르기”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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