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을 ‘빚진 죄인’ 만드는 정부

  • 입력 2005년 10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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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어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국가 채무(債務) 규모가 외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내용도 양호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인식은 안이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국가 채무는 정부가 외국이나 민간에 진 빚이다. 우리나라 국가 채무는 작년 말 203조 원으로 국민 1인당 430만 원이다. 외환위기 전인 1996년 말 50조 원의 무려 4배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002년 말(133조 원)과 비교해도 2년 만에 70조 원이 늘었다. 올해 말엔 248조 원에 이르고, 2008년이면 3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정부는 추정했다.

청와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국가채무가 각국 국내총생산(GDP)의 평균 76.8%인데 우리는 26.1%로 낮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증가세가 지나치게 빠르고 이것이 재정운용에 큰 짐이 된다는 점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 우리는 선진국들과 달리 안보비용과 잠재적 통일비용, 사회보험 시스템 위기 등 대규모 재정 불안정 요인을 안고 있기 때문에 빚을 최소화해야 한다.

금융성 채무를 제외하고 실제로 국민이 세금 등으로 부담해야 하는 적자성(赤字性) 채무는 78조 원이라고 청와대는 주장한다. 그러나 이 역시 2002년 43조 원에서 2년 사이 81%나 급증한 것이다. 국민 1인당 90만 원에서 160만 원으로 늘어난 셈이다. 한나라당이 우발채무 등을 포함한 국가 채무는 944조 원에 이른다고 추계하는 데 대해 ‘보증채무 등은 제외하는 것이 국제기준’이라며 한가롭게 대응할 일은 아니다.

노 정권은 국가 채무 급증의 책임을 ‘공적자금의 국채전환’ 등 과거 정부 탓으로 돌리지만 중요한 것은 현 정부가 나랏빚을 줄일 능력과 자세를 갖고 있는지 여부다. 세수(稅收) 부족에 적자재정을 운용하면서 복지 등 효율이 낮은 ‘코드예산’을 증액하고, 늘어나는 국가 채무는 문제없다고 하는 태도는 불안하다. 정부 여당은 내년 예산안에서 9조 원을 삭감한 한나라당의 감세 방안에 대해서도 “무책임하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균형재정을 위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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