駐韓 4강 외교관들 어디서 살까

  • 입력 2005년 9월 9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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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주변 4강의 주한 외교관들은 서울 어느 하늘 아래에서 살고 있을까. 미국과 러시아는 아예 군부대나 대사관 내에 마련한 주거지에 함께 모여 산다. 반면 일본과 중국은 각각 용산구 이촌동과 서대문구 대현동의 아파트촌에 자리를 잡았다.》

■ 미국과 러시아

미국의 주한 외교관 150여 명은 모두 용산 미군부대 안쪽의 외교관 숙소에서 산다. 단 두 사람, 대사와 부대사만이 각각 중구 정동 대사관저와 종로구 평창동 사저에 기거한다.

예전에는 대사관 근처에 ‘콤파운드(compound) 1’ ‘콤파운드 2’라고 부르는 주거지역이 있었으나 2003년 여름 용산으로 모두 옮겼다. 용산의 숙소는 주차장이 딸린 단독주택들이다.

미국 대사관 관계자는 “모여서 사니까 좋은 점도 있고, ‘누구네 집에 숟가락이 몇 개’식으로 사생활이 드러나니까 싫은 점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측은 옛 경기여고 자리와 그 주변에 2008년까지 지하 2층, 지상 15층의 대사관과 8층짜리 직원용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었으나 2002년경 이곳이 옛 덕수궁 터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문화유적을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에 부닥쳐 답보 상태다.

한편 주한 러시아 대사관 외교관들은 정동 대사관 내 직원 아파트에 모여 산다.

대사관 관계자는 “대사관 내에 유치원∼고등학교 과정의 러시아 학교가 있고 의료진과 요리사가 상주하고 있어 안전하고 편하게 머물 수 있다”며 “게다가 조금만 걸어 내려가면 서울시청이기 때문에 이용할 수 있는 주변 시설이 많아서 좋다”고 말했다.

옛 배재학당 터에 자리 잡은 러시아 대사관 건물은 2000년 1월 시공해 2001년 사용 승인을 받은 뒤 1년간 내장 공사를 마쳤다. 지상 6층의 대사관 사무동과 지상 12층, 지하 1층(연건평 2402평)의 직원 숙소로 이뤄져 있다.

■ 일본과 중국

일본과 중국은 각각 용산구 이촌동과 서대문구 대현동에 ‘작은 일본’과 ‘작은 중국’을 형성했다.

중국은 대사관 측에서 일괄적으로 25∼32평형대 아파트를 전세 내 사용하고 있는 반면 일본 외교관들은 직급별 규정에 따른 금액 한도 내에서 개별적으로 원하는 지역에 집을 구한다.

일본 대사관 직원의 절반 정도인 30여 명이 이촌동의 아파트에 거주하며, 나머지는 마포 서대문 독립문 등지에 각기 흩어져 산다.

이촌동에 비교적 많은 수의 직원이 사는 까닭은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일본인학교까지 운행하는 버스 때문. 학부모들끼리 돈을 모아 버스 편을 마련했다.

이촌동에 사는 일본 대사관 공보문화원 다카네 가쓰마사(高根和正) 공보관은 “외교관뿐만 아니라 일본 상사 주재원들도 이곳에 많이 살고 있다”며 “주변 가게에서도 간단한 일본어 정도는 무리 없이 소통돼 가족들이 편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대사관 직원 60여 명은 이화여대 앞 대현동 L아파트에 살고 있다.

대사관 관계자는 “무엇보다 대사관까지 교통이 편리하다”며 “주말이나 시간이 날 때에는 이화여대 앞 음식점이나 옷가게에 들르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중국 측이 얻은 아파트 전세 시세는 1억2000만∼1억3000만 원. 대현동 H부동산 관계자는 “다른 도심 주거지역에 비해서는 집값도 싼 편이고 인천공항까지 거리도 멀지 않아 이곳을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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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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