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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9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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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와 야근 속에서 작은 사실 하나도 놓치지 않고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평소 갖고 있던 검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꿨다.”
국가정보원 실장, 건설교통부 국장, 전직 은행장 등 8명은 이달 초 김종빈(金鍾彬) 검찰총장과 이종백(李鍾伯)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고위 간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맡았던 행담도 개발사업 의혹 사건의 참고인. 7, 8시간씩 조사를 받고 나서 검찰에 좋은 감정을 갖기는 어렵고, 더구나 감사 전화를 거는 일은 생각하기 힘들다.
김 총장과 이 지검장은 궁금해서 직원에게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 그 결과 한 통의 편지가 이들 참고인의 마음을 움직였음을 알게 됐다. 8월 19일자로 편지를 보낸 사람은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김경수(金敬洙)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빠른 시간 내에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 보겠다는 나름의 의욕이 앞서 불손한 말투나 친절하지 못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몹시 걱정이 됩니다. 혹여 잘못이 있었다면 무더위 속에서 거듭된 야근에 지친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머리 숙여 사과를 드립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 부장은 편지에서 “더운 여름에 바쁜 시간을 쪼개고, 시급한 업무를 미루면서 잊혀져가는 기억을 되살려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도움을 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또 “부족한 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저희들의 작은 노력이 대한민국을 좀 더 깨끗하고 정의로운 나라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부장은 8월 11일 두 달간의 수사에 대한 결과를 발표한 뒤 소환자 160명 가운데 참고인 자격으로 출두했던 공직자, 기업인, 공기업 임원, 금융기관 직원 등 110명에게 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받은 이들은 김 총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검찰에서 수사협조에 대한 감사편지를 보내줘 기분이 너무 좋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7일 김 부장을 찾아 “고압적이고 권위적이라는 지적을 받아 온 검찰이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일반 국민에게 깊이 각인시키는 큰일을 했다”고 격려했다.
대검 간부들에게는 “검찰이 국민에게 비판을 받는 것이 무엇이냐. 바로 고압적이고, 권위적이라는 것이다. 이젠 국민에게 사랑과 신뢰를 얻어 가면서 수사를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경수 부장의 편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 부장의 편지와 이에 대한 답신을 검찰의 내부 통신망에 띄워 일선 검사들이 귀감으로 삼도록 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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