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권력을 통째로…’ 발언 이후]한나라 “제2의 탄핵함정?”

  • 입력 2005년 8월 29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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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5일 KBS 토론에서 ‘권력을 통째로 내놔라 하면 검토하겠다’고 한 발언의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이 ‘제2의 탄핵 사태가 오는 것 아니냐’고 경계하는 가운데 일각에서 하야(下野), 유고(有故) 발언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대연정에 맞불을 놓는 ‘한나라당+호남’의 반노(反盧) 연합론도 제기됐다.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과 당 지도부에 대한 의원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29일 의원 워크숍을 앞두고 폭풍전야 같은 분위기다.》

한나라당 맹형규(孟亨奎) 정책위의장은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대연정 제안은 한나라당의 분열과 고립화를 꾀해 집권 연장을 위한 새 정치판을 만들려는 음모”라고 비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했는데도 한나라당이 거부했다’는 상황을 연출한 뒤 이를 소연정의 명분으로 삼아 ‘한나라당 대 비(非)한나라당’ 구도로 몰아가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어 맹 의장은 “연정 기만극에 맞서려면 노 대통령과 무능한 현 정권의 집권 연장에 반대하는 모든 정치세력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빅 텐트(big tent)’ 정치연합을 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청 사건 등으로 현 정부와 갈등관계에 놓인 호남 지역 인사들까지 끌어안고 ‘반노’ 세력을 하나의 ‘텐트’ 안으로 모아 결집시킨다는 구상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 및 민주당 지도부 등과의 접촉 강화, DJ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화해 유도 등을 제시했다.

또 맹 의장은 “노 대통령의 정치적 도발에 ‘하야’니 ‘사회주의 정권’이니 하면서 감정적 색깔론으로 맞서면 노 대통령이 쳐놓은 제2의 탄핵 함정에 걸려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최근 당 내에서 돌출하고 있는 일부 대연정 수용 발언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제3정책조정위원장인 이종구(李鍾九) 의원이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고, 중진은 물론 소장파 일부에서도 “장기적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기 때문.

30, 31일 강원 홍천군에서 열릴 예정인 한나라당 연찬회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들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당 내 이한구(李漢久) 의원의 노 대통령 ‘하야’ 관련 발언에 이어 손학규(孫鶴圭) 경기도지사도 26일 한나라당 전국위원장 친선체육대회에서 “나라가 무너질까 걱정이고, 그전에 대통령이 물러나는 유고 상황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손 지사는 28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글에서도 “대통령이 혹 그만두기나 하면 어쩌나 하고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볼모로 잡는 것은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며 노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계속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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