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위원장, 2000년 訪北 언론사 사장에 ‘속죄술’ 권유”

  • 입력 2005년 8월 2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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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입수된 북한 월간지 ‘금수강산’ 8월호는 ‘언론사 대표단을 접견하시여’라는 제목으로 2000년 8월 남측 언론사 사장단 56명이 방북했을 때의 일화를 몇 가지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8월 12일 낮 12시부터 3시간 20분간 진행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언론사 사장단의 오찬에서 김 위원장은 “30년간 기자생활을 했다”는 한 언론사 사장에게 “그 80%는 반북 선전을 해 왔겠구먼”이라며 웃으면서 “손에 든 술잔을 속죄의 술로 마시라”고 말했다는 것.

잡지는 당시 사장단에 포함된 한 ‘반공보수’ 언론사 사장이 김 위원장의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정말 호탕하십니다”, 두 번째는 “참인간이십니다”, 세 번째는 엄지손가락을 흔들며 “세계 그 어디에 나서시어도 단연 제일이십니다”라고 격찬했다고 전했다.

또 김 위원장이 8월 10일 생일을 맞은 중앙일보 사장을 위해 생일축하연을 베풀어 주라고 북측 간부에게 특별히 지시해 실제 이날 저녁 백두산 밀영(密營)에서 축하연이 열렸다는 것. 백두산 밀영은 북한에서 김 위원장의 출생지로 신성시하는 곳이다.

이 잡지는 ‘당시 중앙일보 사장은 (생일축하연 소식을 전해 듣고) 믿어지지 않는 놀라운 사실에 할 말을 잊고 굳어진 채 움직일 줄 몰랐다’고 전했다.

당시 중앙일보에서는 금창태(琴昌泰·현 시사저널 대표이사) 사장이 방북했다.

이에 대해 금 전 사장은 “생일축하연을 열어준 것은 사실이지만 고맙다는 생각보다는 언론사 사장의 생일을 알 정도로 북한이 남측을 치밀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 잡지는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대외선전과가 기획해 발행하는 대외선전용 책자로 해외의 한인동포들이 사는 곳에 주로 배포된다.

당시 본보는 언론사 사장단이 뚜렷한 취재 목적 없이 단체로 방북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판단해 참가하지 않았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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