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민 불만 하나 못 들어주는 ‘개혁 정부’

  • 입력 2005년 7월 28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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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물질이 든 불량 맥주를 구입한 어느 시민이 겪었던 황당한 일은 이 정부가 내세우는 ‘혁신’이 아직 멀었음을 보여 준다. 이 시민은 불만사항을 신고하기 위해 정부 산하기관인 소비자보호원에 전화를 걸었지만 소보원은 소관 업무가 아니라며 다른 곳으로 알아보라고 했다고 한다. 이 시민은 행정관청에서 일러주는 대로 불량식품 신고센터, 지역 세무서, 구청, 국세청에 차례로 연락했으나 똑같은 답변만 돌아왔을 뿐이다. 이런 ‘민원 뺑뺑이’에 사람들이 공분(公憤)하는 것은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해당 관청들의 이런 무책임한 자세는 기본적인 업무 교육이 부실하다는 증거다. 소관 업무가 아니더라도 민원인을 배려할 줄 아는 공무원이라면 어디에 신고해야 하는지 알아본 뒤 민원인에게 알려 주는 것이 마땅하다. 불친절과 무사안일로 대표되는 공직사회의 구습(舊習)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정부기관 사이의 연계 시스템도 아직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공무원의 친절도와 서비스 수준이 전보다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한편에서는 불만의 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공무원들이 국민을 바라보는 자세에 있다고 본다. 국민은 공무원에게 보다 강한 사명감과 서비스정신을 요구하고 있으나 실제 공무원의 태도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일부 공무원의 시대착오적인 인식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

정부가 요즘처럼 개혁 구호를 남발한 적이 없었다. 수많은 로드맵과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 판을 벌였으나 일반 국민은 변화를 거의 실감하지 못한다. 시민의 작은 불만 하나 해결해 주지 못하는 정부가 어떻게 ‘개혁 정부’를 자처할 수 있는가. 관청의 민원창구처럼 ‘낮은 곳’부터 차근차근 바꿔 나가는 게 참다운 개혁이고 피부에 와 닿는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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