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위, 戰力사업 제동]‘대통령 자문’ 범위 넘어선 월권

  • 입력 2005년 5월 30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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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의 요청에 의해 군 당국이 진행하던 잠수함 통신소 건설 공사가 2, 3개월간 중단됐던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동북아위의 권한 남용 시비와 함께 이런 ‘무리수’를 두게 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동북아위의 월권 시비=지난해 7월 잠수함 통신소 건설 사업의 일시 중단을 요청할 당시 동북아위 관계자들이 대통령자문기구로서의 권한 한계를 알고 있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동북아위 규정에 따르면 ‘위원회는 자료 및 의견 제출 등 필요한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정부 부처의 개별 사업 중단까지 요청할 권한은 없다.

게다가 동북아위 측은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낸 데 이어 지난해 8월 10일에는 통신소 건설 현장을 방문해 군 당국과 공사 중단 여부를 집중 논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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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위 측이 권한 한계를 알고서도 이런 행위를 했다면 분명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본보의 확인 요청을 받은 동북아위 측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군의 한 고위 관계자는 29일 기자에게 “당시 동북아위의 요청을 받은 군 당국이 동북아위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사업이 몇 개월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S프로젝트와 관련 있나=동북아위가 서남해안개발사업(S프로젝트)의 사업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복 가능성’이란 애매한 표현만으로 잠수함 통신소 건설 중단을 요청한 것도 의문이다.

동북아위는 지난해 7월 30일 국방부에 보낸 공문에서 “S프로젝트의 사업계획은 10월경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굳이 공사 중단을 요청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동북아위가 구상단계의 프로젝트를 이유로 한창 진행 중인 군의 안보 관련 사업의 중단을 무리하게 요구하고 나선 배경에 대해서도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이와 관련해 군의 다른 관계자는 “당시 잠수함 통신소 건설에 반대했던 지역 주민들이 동북아위에 진정을 냈고 지역 정치인들이 반대한 것이 1차적 배경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군민(軍民) 마찰이 빚어지면서 S프로젝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확산된 것”이라고 전했다.

▽군 당국은 반대했다=군 당국은 동북아위의 공사 중단 요청에 대해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잠수함 통신소 건설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군 전력 보강에 미칠 후유증이 컸기 때문이다.

사업을 주관한 해군 측이 지난해 8월 국방부에 보낸 검토보고서에서 “10월 말 이후 부지 이전 요구로 사업 추진이 안 되면 현재까지 투자된 비용(약 500억 원) 손실은 물론 전력화 시기도 최소 7, 8년 지연될 것”이라고 밝힌 데서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방부는 같은 해 8월 26일 동북아위에 보낸 회신에서 “10월 말까지 공사 중단 시 10억4000만 원의 손실 비용 등이 발생한다”고 난색을 표했지만 공사는 결국 잠정 중단됐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잠수함 통신소란▼

통상 잠수함은 작전의 은밀성을 고려해 별도의 전용통신망을 이용하는데 물속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육상지휘소의 작전지시를 받기 위해 수면 위로 부상해 안테나를 물 밖으로 노출시켜야 한다. 일반적인 무선전파는 물속까지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적에 노출될 위험이 커 잠수함의 최대 장점인 은밀성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잠수함이 이런 위험부담 없이 수십 m 깊이의 물속에서 안전하게 교신을 하려면 대형 안테나를 보유한 지상통신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상통신소에서는 각종 명령을 코드화해 일정 깊이의 물속까지 도달할 수 있는 초저주파(VLF·Very Low Frequency)와 같은 파장이 긴 전파를 이용해 잠수함과 교신을 하게 된다.

미국은 전 세계에 6곳의 VLF 송신소를 설치해 전 해역에서 활동 중인 잠수함과 통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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