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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4월 18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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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한 언론의 비판보도에 대해 외교통상부가 언론사에 취재원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등 과잉대응을 하고 나서 비판이 일고 있다.
외교부는 18일 ‘혼선 빚는 동북아 균형자론’이라는 제목의 본보 16일자 기사에 대해 반기문(潘基文) 장관 명의로 공식 반론을 폈다. 외교부가 문제 삼은 부분은 기사 내용 가운데 <그러나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동맹에 대해 ‘이것은 아니다’라고 얼굴을 붉히고, 역내에서 적극적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면서 한미동맹은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는 것 자체가 궤변(詭辯)”이라고 말했다>는 부분.
외교부는 과장급 이상을 상대로 조사했으나 그 같은 발언을 한 당국자는 없었다면서 본보에 “누가 그와 같이 언급했는지 밝혀 줄 것”을 요청했다. 또 “설혹 외교부의 한 직원이 유사한 발언을 했다 하더라도 마치 외교부의 입장이 그와 같은 것으로 잘못 알려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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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는 실명 보도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취재원의 신분 보장을 위해 부득이하게 익명 보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익명의 코멘트에 대해서는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해 당사자에게 정확성을 확인하는 모니터링 시스템(AMS·Accuracy Monitoring System)을 운용함으로써 검증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이번 코멘트도 간부 직원으로부터 직접 취재한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대응은 그동안 정부에 불리한 보도가 나갔을 경우 ‘취재원 색출’ 등의 방법으로 대응해 온 현 정부의 방식을 되풀이한 셈. 특히 언론이 취재원 보호를 생명처럼 여기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외교부가 이런 요구를 하게 된 배경에는 청와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지나치게 의식한 측면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한편 외교부는 18일 노 대통령의 ‘친미적 사고의 한국인’ 발언을 보도하면서 ‘외교부 내 일부 친미파’를 언급한 경향신문에 대해서도 “외교부 내에 친미주의자는 없다”고 항의했다.
11일에는 ‘균형자론’을 다룬 한국일보 칼럼과 관련해 “외교부가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한 것은 유감”이라며 반론보도를 요청했다.
이에 앞서 외교부는 지난해 8월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극비 방한이 본보에 보도돼 중국 측이 항의하자 기자와 당국자 간 통화기록을 조회하면서까지 ‘취재원’ 색출 작업을 벌였다. 지난해 10월에는 전술지휘통제(C4I) 체계의 비용 문제와 관련한 본보 기사가 나가자 기자의 취재 동선을 조사한 뒤 강력한 취재 제한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외교부가 이같이 무리한 대응을 하는 데는 외교부의 보신주의와 조직 이기주의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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