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친미적 사고 걱정스럽다"

  • 입력 2005년 4월 17일 14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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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를 국빈 방문 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6일 저녁(현지 시간) "상당히 유식한 한국 국민 중에 미국 사람보다 더 친미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 게 제일 걱정스럽고 힘들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이스탄불 스위스 호텔에서 동포 간담회를 갖고 최근 일부 식자층에서 한미동맹의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을 겨냥해 "한국 사람이면 한국 사람답게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며 이같이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또 "한미관계가 이전보다 약간씩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한국의 발언권이 조금씩 높아져가고 있다"면서 "한미동맹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국민 대다수가 이것이 맞다고 하면 시끄럽더라도 뚜벅뚜벅 밀고 나가겠다"고 '얼굴을 붉히더라도 할 말을 하겠다'는 대미(對美) 외교노선을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미국 사람이 보는 아시아 질서와 한국 사람이 보는 아시아 질서에 대한 의견이 잘 조율되는 것"이라며 "무조건 '한국이 하자는 대로 하자'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고, '미국이 하자는 대로 하자는 것'은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 안에 미국 중심으로 말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문제를 설득하고 다 싸잡아가는 게 정치인의 역량이지만 솔직히 그런 역량이 모자란다"며 "한다고 하는데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거두기 위해 허겁지겁 사태를 미봉하려 하면 겉으로는 해결되는 것 같아도 안으로는 곪아 터져 문제가 반복된다"며 "배고프고 힘없는 시절에는 어쩔 수 없이 우리의 도리를 주장하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당당하게 얘기하고 우리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17일 오후 7박8일 간의 독일 및 터키 국빈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특별기편으로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을 떠나 18일 오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다.

이스탄불=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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