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시장 “정부 수도권 대책은 서울시 표절”

  • 입력 2005년 3월 24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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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李明博·사진) 서울시장이 행정도시 건설과 관련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시장은 24일 서울시 홈페이지에 ‘행정수도에 관해 저 이명박이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A4 용지 11쪽 분량의 글을 올려 “수도 분할은 개혁도 아니고 균형 발전도 아니며 국가 정체성과 통치의 근본을 쪼개는 것으로 수도 이전보다 더 나쁘다”고 지적했다.

이 글은 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홈페이지 올린 ‘행정수도 건설을 결심하게 된 사연’에 대한 공개 반박문 형식이다.

이 시장은 이 글에서 “노 대통령의 글을 읽고 ‘이건 아니다’ 싶어 반박문을 올렸다”면서 “서울시장으로서뿐 아니라 국민으로서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행정도시 건설을 반대해 온 이 시장이지만 공개적인 글을 통해 노 대통령을 비판하기는 처음이다.

이 시장은 노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업무 효율을 이유로 해양부의 이전에 반대했던 것을 언급하며 “그때나 지금이나 사정이 달라진 것은 없는데 대통령께서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 문제”라고 공격했다.

이 시장은 또 “수도 이전은 건국 이후 최대의 국책사업인데도 정부는 서울시장의 의견을 구하지 않는 등 최소한의 예의와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면서 “수도 이전에 쓸 돈이 있다면 차라리 그 비용으로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드는 게 더 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내놓고 있는 수도권 후속 대책은 서울시가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을 허락도 없이 복사해 발표한 것으로 명백한 표절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손학규지사 “盧대통령 수도이전 정략적 이용”▼

이에 앞서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도 노무현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행정도시 건설을 결심하게 된 사연’이라는 대국민 서신을 비판하는 논평을 냈었다.

손 지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 서신에 대한 논평’이라는 글에서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반대로 정부 기능 일부가 찢어지게 됐다는 식으로 남의 탓만 하는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대선에서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정략적으로 접근했던 노 대통령이 여전히 정략적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의 잠재력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수적임에도 노 대통령은 규제 완화를 마치 수도권에 대한 시혜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지사 측은 “경기도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행정도시법에 찬성했는데, 국가 전체를 봐야 할 대통령이 편협한 시각으로 접근해 논평을 내게 됐다”고 전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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