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우리는 냉정… 한국도 냉정해지길”

  • 입력 2005년 3월 23일 18시 53분


코멘트
노무현 대통령이 23일 오후 ‘대국민 서신’을 통해 강경한 어조로 일본을 비판하자 일본의 정·관계는 직접적인 반응을 자제하며 그 배경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스기우라 세이켄(杉浦正健) 관방 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서로 냉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일본 측은 냉정하다. 한국민의 감정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도) 냉정하게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대일(對日) 비판의 전면에 나선 것이 양국 간 감정싸움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음을 우려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다카시마 하쓰히사(高島肇久) 외무성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문제의 서신은) 노 대통령이 직접 썼다고 들었다”며 “당국자들이 (그 내용을) 정밀 분석하고 있으며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카시마 대변인 역시 “미래를 향해 화해의 정신으로 마음속의 맺힌 것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일관계의 미래’를 강조했다.

외무성의 고위 관계자는 “어떤 의도와 배경에서 이런 담화가 나왔는지, 일본에 무엇을 요구하는 것인지 정밀하게 파악하지 않고는 언급할 수 없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 내 한국 전문가들은 한일관계의 경색을 우려했다.

한 신문사의 한반도 담당 중진 언론인은 “구체적 내용이 거의 없어 국내 정치용일 가능성이 큰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일본의 야권은 일본 정부의 소극적 대응이 사태의 악화를 가져 온 것이란 시각을 보였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한일 양국 사이에 일상적인 대화가 부족했다”며 “(일본 정부의) 외교적인 노력이 결여돼 있다”고 말했다. 일본 당국에 적극적 문제 해결 자세를 주문한 것.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공산당 위원장도 “(일본이) 한국과 진정한 우호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의 마음을 곳곳에서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지지통신과 교도통신 등은 ‘일본 침략 정당화, 간과 못해’ ‘노 대통령의 첫 일본 비판’ 등의 제목으로 서신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