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人事검증 무엇이 문제인가]靑 인사검증 들춰보니…

  • 입력 2005년 3월 14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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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봄 현 정부가 출범한 후에도 청와대는 새 국가정보원장 인선 문제로 난항을 겪어야 했다. 20명에 가까운 후보군을 대상으로 검증작업을 계속했으나, 도덕성에 흠이 없는 인물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개발시대’를 거친 대부분 인사들의 재산 증식과정은 의혹투성이였다. 해외분야에 정통한 A 씨는 가장 유력하게 검토됐으나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었던 것이 결정적인 걸림돌이 됐다. 국정원 내부 출신인 B 씨는 과거 정권에서의 전력이 불투명했다. 당시 청와대는 국정원장이 처음으로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해 엄격한 검증의 잣대를 들이댔다. 결국 정부 출범 1개월이 지나서야 부패방지위원장 후보에도 올라 있던 고영구(高泳耉) 현 국정원장이 낙점됐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과정에서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성격의 잣대가 있을 뿐이다. 재산, 병역, 사생활 문제, 이중국적 등이 중점적인 검증 대상이다.

이러한 가이드라인도 일률적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자리의 성격에 따라 경중을 가려 신축적으로 적용된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부패방지위원장 같은 경우는 훨씬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 반면 통상교섭본부장이나 재외공관장처럼 대외적인 활동이 많은 직위는 전문성을 더 중요시해 다소 융통성을 두는 편이다.

2003년 모 부처의 장관으로 발탁된 C 씨는 검증과정에서 14년 전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숨져 벌금 500만 원을 낸 전력이 논란이 됐다. 그러나 이미 오래된 일인 데다 업무 수행능력과는 무관한 문제로 결론이 나 장관직에 오를 수 있었다.

반면 사법기관의 장 후보 중 1명으로 꼽혔던 D 씨는 4년 전 음주 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낸 것이 결정적인 하자가 됐다. 청와대 인사추천회의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심각하게 토론이 벌어졌다. 피해자가 전치 12주의 상처를 입었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안이었다. 회의에서는 결국 “법을 다루는 기관인데 곤란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피해 결과로만 보면 C씨 쪽이 더 중했지만, 자리에 따라 적용된 잣대가 달랐던 셈이다.

재산 관계 검증에서는 주로 부동산 매입을 위해 위장 전입을 한 사례가 자주 발견된다고 한다. 청와대 인사추천회의에 오른 공직후보자 5명 중에 1명은 부동산 투기 의혹 때문에 탈락할 정도로 ‘부동산 투기=탈락사유 1위’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병역 문제는 본인과 아들 중에 고의 기피 의혹이 있을 때에는 100% 탈락시킨다.

사생활 문제도 ‘복병’이다. 흔하지는 않지만 축첩(蓄妾) 사실이 발견되면 이 역시 탈락사유가 되고 있다. 지난해 장관급 인사로 거의 내정됐던 E 씨는 개인비리뿐만 아니라 여자 문제 때문에 탈락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군 장성 진급예정자 인선과정에서도 1명이 여자 문제로 최종 단계에서 밀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개 사생활 문제는 국정원이 관리하는 ‘존안카드’를 통해 드러나지만 음해성 소문에 근거한 것도 없지 않아 판단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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