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사퇴]“李빼라” 여론에 靑 버텨봤지만…

  • 입력 2005년 3월 7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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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해명김종민 청와대대변인이 7일 춘추관 내 브리핑룸에서 이헌재 부총리의 사표수리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에 뜻을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석동률 기자
청와대 해명
김종민 청와대대변인이 7일 춘추관 내 브리핑룸에서 이헌재 부총리의 사표수리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에 뜻을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석동률 기자
7일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중도 하차는 청와대가 처한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한 관계자는 “실용주의 노선으로 가려 하면 도덕성이 문제가 돼 여권 내 개혁세력 쪽에서 압박이 들어오고, 엄격한 도덕성의 잣대를 앞세우면 인물난에 빠지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24일 공직자 재산공개 직후 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연일 제기되자 이 부총리는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초기부터 청와대는 “이 부총리를 버릴 수 없다”는 태도를 고집했다.

2일에는 전례 없이 공개적으로 “국민과 언론의 협조를 구한다”고 ‘이헌재 지키기’에 나서기도 했다. 모처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도덕적 흠결이 다소 있더라도 ‘미스터 시장(市場)’이라 불리며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는 이 부총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 과정에서 이 부총리를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도 종전 민정수석실에서 조사를 벌여 진위를 가려온 것과는 달리 “사실관계는 재경부에서 설명할 것”이라거나 “새로운 얘기는 없다”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나 이후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여당인 열린우리당 당 의장 후보들 간에 이 부총리의 거취를 놓고 선명성 경쟁까지 벌어졌다.

결국 청와대는 문제가 불거진 지 8일이나 지난 7일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아래 이 부총리의 사표를 수리함으로써 상황관리 능력이 미숙했음을 스스로 시인했다. 초동단계부터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함에 따라 실기(失機)를 한 셈이다.

청와대 내에서는 1월 초 이기준(李基俊)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인사파동 이후 잇따라 인사문제로 곤욕을 치르면서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입장에 빠졌다는 곤혹스러움이 엿보인다.

특히 각종 문제가 대부분 시민단체의 문제제기→친노 매체의 의혹 확산 등의 패턴을 거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여당 일각에서 “스스로 만든 덫에 걸린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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