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실 도시락’에 담긴 감사의 편지

  • 입력 2005년 1월 14일 17시 59분


코멘트
제주 서귀포시에서 시작된 결식아동의 ‘부실(不實) 도시락’ 파문이 다른 곳까지 확산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부랴부랴 실태 파악에 나서고, 정부는 도시락 급식업체를 사법처리하겠다며 부산을 떨고 있지만 누가 보아도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위한 ‘뒷북 행정’임이 분명하다.

같은 파문이 발생한 군산시의 시장권한대행은 “군산은 그래도 도시락 품질이 양호한 것 아니냐”고 발언해 사람들을 분노케 했다. 이런 자세로는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똑같은 2500원짜리 도시락이라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내용에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자체장(長)부터 나서야 한다. 결식아동을 꼼꼼히 챙기는 세심한 행정이 필수다.

군산시의 결식아동들이 부실 도시락을 먹은 뒤 빈 도시락에 감사 편지를 남긴 것은 어른들을 더욱 부끄럽게 한다. 이들은 ‘저희들 때문에 너무 고생을 많이 하셔서 죄송합니다. 저도 훌륭하게 자라서 좋은 일 많이 하고 싶어요’, ‘항상 감사히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싼 도시락을 팔아 이익을 더 남기려는 어른들의 탐욕과 가난한 어린이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에 결식아동들은 오히려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어떤 어른도 미안함에 이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을 것이다.

결식아동 문제만큼은 같은 잘못이 반복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급식 예산을 따오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의 시작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결식아동의 상처받은 마음을 다독이고 사회의 온정을 전하는 것이다. 한창 자랄 나이에 끼니를 굶고 있는 결식아동을 상대로 최선의 복지행정이 이뤄지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주위의 작은 관심에 깊이 감사할 만큼 순수한 우리의 아이들을 더는 울려선 안 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