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준 사퇴파동]‘정치적 人事’가 禍 불렀다

  • 입력 2005년 1월 9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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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기준 교육부총리 사퇴 파문에 책임을 지고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인사추천회의 참석자 전원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박경모 기자
이병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기준 교육부총리 사퇴 파문에 책임을 지고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인사추천회의 참석자 전원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박경모 기자
이기준(李基俊)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사퇴 파문이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핵심보좌진의 일괄 사의 표명으로까지 번진 원인(遠因)은 ‘1·4개각’이 ‘비(非) 시스템적 판단’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적재적소 배치’라는 인사의 제1원칙이 실종되고 정치적 상황논리가 개입됨으로써 검증시스템이 무력화되고 결국 총체적 책임론으로 비화됐다는 것이다.

우선 안병영(安秉永) 전 교육부총리의 교체는 비록 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 파문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지만 교육개혁 실패 여론에 따른 ‘희생양’의 성격이 짙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4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부득이 희생양을 두고 국민정서를 달래야 할 필요가 있다”고 교체 배경을 설명했었다.

허상만(許祥萬) 농림부 장관을 박홍수(朴弘綏) 장관으로 교체한 것도 정치적 고려의 성격이 짙다. 허 장관의 경질이 쌀 개방 협상에 따른 농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인상이 짙었고, 농민운동가 출신인 박 장관을 지명한 것도 “농민대표를 장관으로 지명하겠다”고 약속했던 노 대통령의 공약(公約)을 이행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거돈(吳巨敦) 해양수산부 장관의 기용은 지난해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했던 오 장관에 대한 보은(報恩) 케이스로 분석된다. 오영교(吳盈敎) 행정자치부장관은 ‘정부 혁신’에 초점을 맞춘 인사라고는 하지만 그가 지방자치나 치안문제에 문외한이라는 점에서 인사의 적절성 여부를 놓고 뒷말이 많았다. 특히 노 대통령은 지난해 장차관 워크숍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그를 “더 할 일이 있을 것”이라며 칭찬하기도 했다.

결국 이 같은 정치적 요소들이 인사에 개입되면서 인사추천 및 검증시스템이 무력화됐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지적이다.

이는 비단 개각에서의 문제만이 아니다. 영국대사 기용과정에서도 장재룡(張在龍) 외교부 본부대사가 내정단계까지 갔으나 조윤제(趙潤濟) 대통령경제보좌관에 대한 배려 분위기 때문에 막판에 뒤집혔다는 후문.

이기준 부총리의 추천과정에서도 이해찬(李海瓚) 총리와 김우식 실장과의 ‘인연’이 결국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했고 검증소홀의 한 원인이 됐다는 자책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이번 개각은 인사판단에서 가장 우선시돼야 할 전문성과 능력, 도덕성이 뒷전으로 밀리고 인사외적인 요인들이 더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된 것 같다”며 “설령 대통령의 추천이라 해도 이를 다시 검증해 보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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