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인사추천회의 6인 사의]“그냥 넘어가기엔 여론 심각”

  • 입력 2005년 1월 9일 18시 03분


코멘트
이기준(李基俊)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인사 파문이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핵심 참모진 6명의 일괄 사의 표명으로 이어지면서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6개 부처 개각을 통해 집권 중반기의 새 출발을 다짐했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으로서는 참여정부가 자랑해 온 ‘인사시스템’의 허점 때문에 이번 사태가 초래됐다는 점에서 정치적 위기를 맞은 셈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12월 초 이라크의 자이툰부대 ‘깜짝’ 방문과 새해 국민통합적인 국정운용을 하겠다는 다짐으로 모처럼 우호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던 국민 여론도 돌아서는 기미가 역력하다는 데 청와대의 고민이 있다.

노 대통령이 8일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와의 오찬 회동에서 “논란과 물의가 빚어진 데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전례 없이 신속하게 대국민사과의 뜻을 비친 것도 이번 파문을 조기 진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인사 파행 문제 때문에 직접 사과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이날 김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의 일괄 사의 표명은 노 대통령과 어느 정도 사전 교감 아래 이뤄졌다는 게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이 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7일 오후부터 청와대 참모진 인책론이 대두됐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노 대통령이나 김 실장이나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의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물론 노 대통령은 이날 이 총리와의 오찬회동 자리에서 인사시스템 상의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대책을 제시했을 뿐 비서실 참모진의 책임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괄 사의에 대해 즉각적인 반려 의사를 나타내지 않음으로써 향후 여론의 추이와 여권 내의 의견 등을 두루 살펴본 뒤 선별적으로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찬 회동에서 이번 사태의 대응과정에서 일부 참모가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하는 발언을 했던 점을 거론하면서 여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정황에 비춰볼 때 청와대 참모진 인책 문제는 유야무야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일단 인사문제를 총괄하고 있는 정찬용(鄭燦龍) 인사수석비서관과 검증 문제를 맡고 있는 박정규(朴正圭) 민정수석비서관이 1차적인 책임의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다만 유동적이긴 하지만 김 실장의 경우는 ‘추천’과 ‘검증’은 별개라는 논리가 세를 얻는 분위기여서 유임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실장의 책임을 물을 경우 이 총리의 책임도 함께 물을 수밖에 없고, 그가 합리적 보수 세력의 견해를 대변해 왔다는 점에서 경질할 경우 전반적인 국정운영의 기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 실장은 최근 재계 및 언론계 고위인사들과 수시로 접촉하면서 노 대통령이 최근 강조해온 ‘관용과 화합’의 기조를 수행하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 辭意 ▼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이 9일 이기준(李基俊)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인사 파문과 관련해 전격적으로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김 실장은 이날 청와대 관저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등과 함께 오찬 회동을 하는 자리에서 “이 부총리 사퇴 문제와 관련해 인사추천회의 의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고 이병완(李炳浣)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김 실장의 사의 표명에 이어 청와대 인사추천회의 위원인 문재인(文在寅) 시민사회, 박정규(朴正圭) 민정, 이병완 홍보, 정찬용(鄭燦龍) 인사수석비서관도 사의를 표명했으며 이들은 10일 오전 정식으로 일괄 사표를 낼 예정이다.

이날 오찬 회동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인사추천회의 위원인 김병준(金秉準) 대통령정책실장도 함께 사표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참모진의 일괄 사의에 대해 노 대통령은 “일단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생각하겠다”고 말해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그러나 파문의 책임 소재를 가려 선별적인 문책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 총리도 이날 “이 부총리는 내가 추천했는데, 대학 개혁의 시급성과 당위성을 중시하는 과정에서 검증 부분에 대한 충분한 인식이 부족했다”고 일부 책임을 시인했다.

노 대통령은 오찬 회동 자리에서 “이번 교육부총리 임명과 관련해 논란과 물의가 빚어진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대국민 사과의 뜻을 밝힌 뒤 “이번 사건을 공직후보자 검증 시스템이 투명해지고 선진화되는 계기로 삼아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구체적인 개선 대책으로 △국무위원의 경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하루 정도 인사 청문회를 시행하는 방안 △고위 공직자 후보의 재산 문제 검증을 위해 사전동의서를 받아 검증하는 방안 △검증과 관련한 설문과 답변서를 공직 후보에게서 사전에 제출받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이 부총리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에 앞서 여권 내에서는 8일부터 지병문(池秉文) 정봉주(鄭鳳株) 의원 등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청와대 참모진 인책론이 본격 제기됐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