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군이래 첫 육본 압수수색]軍검찰, 육군 수뇌부 정조준?

  • 입력 2004년 11월 23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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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은 물론 해군 공군에서도 장성 진급 때만 되면 각종 괴문서와 투서, 소문이 끊이지 않던 게 관례였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무시됐으며 투서자 및 소문 발설자에 대한 조사도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육군은 육군본부에 대한 군 검찰의 압수수색 사실이 23일 알려지자 큰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괴문서의 내용은 이달 초 이미 청와대에 접수됐고, 지난주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이 내사 지시를 내릴 만큼 신빙성이 있다는 것이 국방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군 검찰은 그동안 군 검찰의 독립성 문제를 두고 육군 수뇌부와 마찰을 빚어 왔다”며 “이처럼 민감한 수사에서 압수수색까지 실시한 점으로 볼 때 군 검찰이 내사 과정에서 상당한 혐의점을 포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육사 ○○기 동기생 모임회원’과 ‘국방부·육군본부 대령 연합회원’ 명의로 작성된 A4용지 2장 분량의 괴문서에는 부당하게 장성으로 진급한 10개 사례와 이와 관련된 진급자 16명의 이름이 실명으로 공개돼 있다.

그러나 육군 관계자들은 여전히 투서 내용 중 상당수는 과장됐으며 장성 인사는 철저한 심사를 거친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육군 장성 인사는 4심제로 이뤄진다. 갑 을 병 3개의 선발위원회에서 각각 진급 후보자를 추천하고, 최종 선발위원회는 3곳 모두에서 추천된 사람을 1순위, 2곳에서 추천된 사람을 2순위, 1곳에서 추천된 사람을 3순위로 분류한다. 최종 진급대상자들은 육군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의 결재를 받은 뒤 국무회의를 거쳐 진급이 확정된다.

더욱이 올해는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최종 대상자들에 대한 검증 절차를 밟았으며 2명을 교체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으로 육군 인사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과 관련자 문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괴문서는 개인 진급 비리뿐 아니라 “육군참모총장이 새로 설치한 인사검증위원회가 유능한 야전부대 인원의 진급을 가로막고 있다. 육군 인사 관련 장성 3인방이 측근들만 챙기고 있다”는 등 인사 시스템 전반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괴문서는 또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금년도에 진급한 장군들을 영원히 똥별, 돈별, 식모별로 취급하겠다”는 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신현돈(申鉉惇) 국방부 공보관은 “수사결과에 따라 관련자를 적법한 절차대로 처리할 것”이라며 “괴문서 작성자는 반드시 색출해 엄벌한다는 것이 확고한 방침”이라고 말했다.

투서에 나온 부당 진급자 10대 사례
1음주운전 뺑소니 전력을 가진 자
2비도덕적인 행동을 하고 민간인들로부터 향응을 접대 받은 자
3품위손상과 부대지휘 결함으로 처벌을 받았던 자
4조직 내 갈등을 유발해 보직해임이 됐던 자
5업무능력 부족 등으로 부하들의 지탄을 받는 자
6인사청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자
7정확한 기준도 없고 다음 보직도 고려되지 않은 채 진급된 자
8외부기관의 입김에 의해 근무실적도 없이 진급한 자
9남의 업무실적을 가로채고 부인을 상관 집에 식모살이시킨 자
10기타 군내 여론상 진급돼서는 안 되는 자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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