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 마무리]‘저질 국회’ 汚名 씻으려면 멀었다

  • 입력 2004년 11월 16일 18시 35분


鄭장관 추궁하는 野의원… 與의석선 ‘옐로 카드’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왼쪽 사진 오른쪽)이 MBC 기자 출신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유신시절 기자로서 무엇을 했느냐”고 심문하듯 묻자, 본회의장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일제히 노란색 책자를 ‘옐로카드’처럼 들고 주 의원에게 경고하고 있다(오른쪽 사진).서영수기자
鄭장관 추궁하는 野의원… 與의석선 ‘옐로 카드’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왼쪽 사진 오른쪽)이 MBC 기자 출신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유신시절 기자로서 무엇을 했느냐”고 심문하듯 묻자, 본회의장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일제히 노란색 책자를 ‘옐로카드’처럼 들고 주 의원에게 경고하고 있다(오른쪽 사진).서영수기자

17대 국회 첫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이 우여곡절 끝에 16일 마무리됐다. 하지만 몇 가지 긍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정부질문은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샀고, 이에 따라 ‘무용론(無用論)’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정부질문이 ‘4대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기싸움 성격의 전초전으로 변질되면서 “‘민의의 광장’이 아닌 ‘정쟁(政爭)의 광장’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론이 거셌다.

▽정쟁의 주역, 초선 의원들=초선 의원들이 여야의 주 공격수로 급부상했다. 한나라당 주성영(朱盛英) 김충환(金忠環) 최구식(崔球植) 한선교(韓善敎) 정두언(鄭斗彦) 의원 등이 대정부질문을 통해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등을 공격하는 데 앞장섰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이목희(李穆熙) 김종률(金鍾律) 노영민(盧英敏) 의원이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임종인(林鍾仁) 의원은 의사진행발언 도중 “쪽 팔린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들의 질문도 정책이 아닌 정치적 발언과 주의 주장이 대부분이었다. 충청권 출신인 노영민 의원은 “신행정수도 건설사업은 기필코 완성시켜야 할 역사적 과제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질문을 했다.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은 “열린우리당은 객관적으로는 좌익적, 친북적으로 보이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색깔론을 다시 제기하기도 했다.

▽뻣뻣해진 국무위원, 미숙한 의장단=국회 파행의 단초를 국무총리가 제기했다는 것도 전례가 없는 일로, 과거에 비해 국무위원들의 자세도 매우 고압적으로 변했다. 이 총리는 지난달 28일 대정부질문 첫날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는 퇴보한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받고 “한나라당은 지하실에서 차떼기하고 고속도로에서 수백억원을 받은 당인데 어떻게 좋은 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역공에 나서 결국 2주 동안의 국회파행 사태를 초래하기도 했다.

김승규(金昇圭) 법무부 장관은 사회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돌려서 질문하지 말고 핵심을 바로 물어 달라”고 의원들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검사 출신인 주성영 의원이 “유신시절 기자로서 무엇을 했느냐”고 심문하듯 묻자 “나에 대한 뒷조사를 상당히 한 것 같은데 개인적인 질문은 나중에 따로 물어 달라”고 맞받아쳤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문 도중 두 차례나 마이크가 꺼지면서 한나라당이 국회의장단에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12일 국회 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의 사회를 보던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과 김덕규(金德圭) 부의장이 질문시간 내내 이 총리의 사퇴를 줄기차게 요구한 최구식 정두언 의원의 발언을 제지하다 마이크를 끄게 된 것. 결국 김 의장이 한나라당에 유감을 표시해 일단락됐다.

▽‘막말’ ‘저질’ 공방 여전=16대 국회에 비해 폭로성 발언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의 막말이나 인신공격성 발언은 여전했고 비판과 비난의 경계선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목희 의원은 12일 헌재의 결정을 ‘사법쿠데타’로 맹비난해 한나라당의 격렬한 반발을 불렀다. 김종률 의원도 16일 미리 배포한 원고에서 헌재가 위헌 결정의 논거로 ‘관습헌법’을 인용한 데 대해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도구로 관습헌법 이론을 동원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파문을 우려한 천정배(千正培)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의 요청에 의해 김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선 이 구절을 언급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에 출석한 일부 국무위원들을 비하하는 언동을 보였다.

주성영 의원은 16일 정 통일부 장관을 향해 “쓸데없이 돌아다니면서 자신 없는 것에 대해선 발언하지 말고 장관 업무에 충실하라”고 비아냥댔다. 주 의원은 또 배포한 원고에서 여권 내 386세대를 겨냥해 ‘베짱이 386’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한나라당과 충돌했던 이 총리는 대정부질문의 주요 표적이 됐다. 한선교 의원은 12일 이 총리를 답변대에 불렀다가 곧바로 들어가라고 해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기도 했다. 한나라당 김영선(金映宣) 의원은 15일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총리 권한대행”이라고 불러 여당 의원들의 반발을 불렀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