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前 美대사 “한미관계는 오래된 목조 전함”

  • 입력 2004년 11월 12일 18시 43분


코멘트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사진)는 12일 한국과 미국의 현재 관계를 ‘바닥에 때가 낀 오래된 목조 전함’에 비유하면서 “서로의 상황이 변화한 사실을 인지하고 배를 고쳐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의 체제 변화는 내부에서 일어나야지 외부에서 압력을 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이날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주최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조찬 강연회에서 ‘미국인의 눈으로 새롭게 조명한 한미관계’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 또래의 한국 지인(知人)들이 노무현(盧武鉉) 정권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면서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미국과 한국은 서로의 변화된 상황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과 미국은 매우 오래된 우호관계를 갖고 있으나 빨리 고쳐야 할 부분도 많은 것 같다”며 “한국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이 간과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은 전통적으로 (안보위협) 국가의 체제변화에 관심이 많았고 이라크, 과테말라, 쿠바 등의 체제변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며 북한 내부로부터의 체제 변화를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최근 북한에서는 ‘위대한 지도자’, ‘친애하는 지도자’라는 상투어를 쓰는 경우가 많이 줄었고 박물관 벽화도 미국이 아니라 중국에 맞서 싸우는 옛날 전투 장면이 늘고 있다”며 “북한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에 대해 한국인만큼 흥분하는 등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라크전쟁은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했다는 뼈아픈 경험을 남겼다”며 “미국이나 한국 모두 대북(對北) 정보에 대해 재고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