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한나라 의원이 전하는 ‘추석민심’

  • 입력 2004년 9월 29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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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민생’이었다. 추석 연휴기간 중 지역구를 다녀온 여야 의원들은 29일 첫째는 ‘경제’, 둘째는 ‘일자리’, 셋째는 ‘싸우지 말라’는 지역주민들의 당부를 한 목소리로 전했다. 여야 의원들의 전언(傳言)에는 정당과 지역에 따라 다소 편차가 있었지만 핵심은 같았다. 의원들은 “곤혹스러웠고, 할 말이 없었으며,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 “경제…취직…아우성 개혁입법 관심 적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제발 먹고살게 해 달라”는 지역주민의 아우성을 전했다. 상대적으로 지역 민심이 현 정부에 우호적인 편인 충청 호남지역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추석 연휴기간 중 지역구 내 서민목욕탕을 돌며 즉석 ‘알몸간담회’를 가진 양형일(梁亨一·광주 동) 의원은 주민에게서 “아들이 대학 졸업 후 4년째 놀고 있는데 제발 취직 좀 시켜 달라” “외환위기 때보다 경제가 더 어렵다”는 등 민생고와 관련된 호소를 줄곧 들어야 했다.

김춘진(金椿鎭·전북 고창-부안) 의원은 “연휴 기간 중 하루 1500명 이상을 만났는데 취직시켜 달라는 얘기가 무성했다”며 “국가보안법이나 개혁입법 등에 대해서는 아예 무관심하더라”고 전했다.

수도 이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친여(親與)’ 분위기가 강한 충청권의 민심도 예외가 아니었다. “수도 이전이 정말 이뤄지느냐”는 질문과 함께 경제를 살리라는 당부가 이구동성으로 의원들에게 쏟아졌다.

양승조(梁承晁·충남 천안갑) 의원은 “서민 민생경제가 어렵다고 말하면서 모든 역량을 경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변재일(卞在一·충북 청원) 의원은 “경제가 안 풀리고 있는데 정치권에서 갈등을 표출하는 것에 대해 불만스러워하더라”며 “국보법, 과거사 진상규명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하면서도 막연한 불안감이 강했다”고 말했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문학진(文學振·경기 하남) 의원은 “일요일 한 방송사의 요청으로 동네를 같이 돌았는데 할아버지들이 ‘국보법을 왜 폐지하려고 하느냐. 우리나라는 반공국가 아니냐’고 말해 대체입법 등에 대해 설명을 했으나 막무가내였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한나라 “野는 도대체 뭐하나…민심 폭발직전 상황”▼

귀향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정의 화두를 ‘경제 문제’로 돌리기 위해서라도 대여(對與) 강경투쟁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회복 불능’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노(反盧) 정서가 강한 대구경북(TK) 지역의 분위기가 부산경남(PK)쪽으로 옮겨 갔으며, 그 여파가 수도권에도 미치고 있다는 게 한나라당 의원들의 분석이다.

이명규(李明奎·대구 북갑), 김재원(金在原·경북 군위-의성-청송) 의원 등은 “심하게 말해 폭동 직전의 수준”이라고 민심을 전했다. 김희정(金姬廷·부산 연제) 의원은 “부산 시민들의 노 대통령에 대한 불만의 강도가 3월 노 대통령 탄핵소추안 추진 직후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 강도보다 훨씬 세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임태희(任太熙·경기 성남 분당을) 대변인은 “지역구민들로부터 ‘이대로 그냥 갈 것이냐’는 질책을 너무 많이 받았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여당의 선동주의적 정략적 분파정치 때문에 민심이 폭발 직전이다. 국민청원운동 같은 범국민적 투쟁을 전개해 나가야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헌법 제26조는 ‘모든 국민은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지고, 국가는 이에 대해 심사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정부 여당이 경제보다 과거사 정리와 국가보안법 폐지, 수도 이전 등의 문제에 집착하는 것을 비판하는 대국민서명에 들어가는 등 여론을 무기로 여권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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