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언론인-정치인 접촉 전산관리

  • 입력 2004년 9월 23일 10시 27분


국정원 ‘언론·정치인 접촉 신고제’의 방안 문건. 원본을 같은 내용으로 재구성한 것임. [조선닷컴 제공]
국정원 ‘언론·정치인 접촉 신고제’의 방안 문건. 원본을 같은 내용으로 재구성한 것임. [조선닷컴 제공]
국가정보원이 소속 직원들에게 언론인과 정치인의 접촉시 그 인적사항과 신상정보, 접촉 내용 및 장소 등을 의무적으로 신고토록 해 전산 관리하고 있다고, 조선일보가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해 11월부터 고영구(高泳耉) 원장의 지시사항 형식으로 작성된 '언론·정치인 접촉 신고제' 문건을 근거로 '원 내부 동향 등 보안사항 누설 방지와 경각심 제고'를 위해 이같은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의 이같은 전산 관리는 언론 통제와 정치 사찰에 이용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또 국정원 직원이 신고한 언론인이나 정치인은 보안감찰 등을 이유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통화내역 등을 추적당하는 등 사생활 침해의 소지도 있어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로 국정원은 그동안 언론인이나 정치인이 국정원 또는 외교와 관련된 문제 등을 제기할 경우 '보안누설 사고'로 간주,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해당 기자나 정치인의 통화내역 등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정보 유출자 색출을 위한 감찰 조사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도 국정원은 동아일보가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극비 방한기사를 보도하자, 외교부 출입기자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조사한 바 있다.

해당 문건에선 언론인의 경우 중앙 및 지방 일간지·주간지·월간지, 방송, 인터넷 신문 등의 기자와 언론사 일반직을 포함한 차장급 이상 간부를 신고 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 정치인은 국회의원과 의원 보좌관·비서관, 기초·광역 지방자치단체장, 각 정당의 국·실장급 이상 당직자와 각 시도지부의 사무처장 이상의 당직자가 포함돼 있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업무상 만났을 때의 경우 등 신고 기준이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직원이 공·사적으로 접촉한 언론인과 정치인은 거의 전산입력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국정원은 입력된 정보를 직원별·대상자별·기간별·사유별·관계별로 분류, 감찰실이 검색·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정원 공보관실은 전산관리하고 있는 언론인과 정치인 숫자에 대해 확인을 요청하자 "국정원 내부 사항으로 언론·정치인 접촉 신고제 시행 여부 자체도 확인해줄 수 없다"며 거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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