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후보 검증]주위 사람들이 본 이해찬

  • 입력 2004년 6월 20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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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하게 넘어가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이해찬 국무총리 후보자와 20여년 전부터 가깝게 지내온 열린우리당 김종률(金鍾律) 의원은 20일 “이 후보자는 일처리가 확실하고 특히 원칙과 규칙을 중시하는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 후보자가 5선 의원과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 행정경험을 쌓는 동안 알고 지냈던 주변 인사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가끔 즐기는 골프를 할 때도 ‘스코어’보다는 ‘룰’을 철저히 지키는 데서 흥미를 느낀다고 말할 정도라고 지인들은 전한다.

이 후보자가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재직(1995년 7∼12월)하던 시절에도 원칙을 근거로 매사에 꼼꼼히 따지고 정확한 데이터를 요구하는 탓에 당시 서울시 공무원들이 상당히 부담스러워 했다고 한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같은 차원에서 그의 현안 파악 능력과 기획력, 추진력은 동료 정치인들에 비해 돋보인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대체적인 전언이다.

허운나(許雲那) 한국정보통신대 총장은 “이 후보자는 논리적이고 명석한 두뇌를 갖고 있고 전문가에 대해 배려할 줄 안다. 대선 때 다른 의원들은 인터넷 선거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떨어졌는데 그는 오히려 더 밀어붙여야 한다며 나를 리드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호불호가 너무 분명하고 비타협적이라는 평이 적지 않다. 한 전직 의원은 “굉장히 능력 있는 사람인데, 같이 지내보면 늘 자기 생각만 가장 옳다. 대통령과 총리 둘 다 성격이 뾰족하면 정부와 국회가 서로 갈등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 고위 관계자도 “그 당시 이해찬 부시장은 자신이 지시한 대로 일 처리가 되지 않으면 담당 국장, 과장, 팀장까지 불러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호통을 쳤다”고 기억했다.

강력한 업무 추진력은 갖추고 있으나 자기주장이 강하고 고압적인 자세 탓에 조직을 감싸는 융화력은 부족했다는 것. 이 점에서는 노 대통령이 ‘몽돌과 받침대’로 비유했던 고건(高建) 전 총리와는 대조적일 것이라며 점수를 낮게 매기는 사람도 많았다.

물론 반론을 펴는 이들도 있다. 초·재선 의원 시절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문희상(文喜相) 의원은 “그의 기획력과 추진력은 세월이 갈수록 빛나는 대목이다. 머리는 갑자기 좋아지지 않는다. 이 지명자는 성격이 모난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이는 연륜이 쌓이면서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고 실제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장영달(張永達) 의원은 “교육부 장관을 지낸 뒤 어느 정도의 집행 속도를 갖고 개혁을 추진해 가는 것이 국정에 도움이 되는지, 그 노하우를 터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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