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민노당지도부 만찬

  • 입력 2004년 6월 10일 01시 22분


노무현 대통령(오른쪽에서 두번째)은 9일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2시간 45분간 만찬을 하며 국정운영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노 대통령과 김혜경 대표(개량 한복 차림) 등 민노당 의원들이 이날 오후 6시반 만찬 장소인 청와대 본관 인왕실로 들어가고 있다. 강병기 기자 arche@donga.com
노무현 대통령(오른쪽에서 두번째)은 9일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2시간 45분간 만찬을 하며 국정운영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노 대통령과 김혜경 대표(개량 한복 차림) 등 민노당 의원들이 이날 오후 6시반 만찬 장소인 청와대 본관 인왕실로 들어가고 있다. 강병기 기자 arche@donga.com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노동당 김혜경(金惠敬) 대표 및 의원단의 9일 청와대 만찬에서는 여러 정책 현안을 놓고 충돌이 빚어졌다.

특히 노 대통령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반대’에 대해 민노당 의원들이 개혁 후퇴라며 다그치자 “원가 공개가 왜 개혁적이냐”며 톤을 높이기도 했다. 민노당 의원들은 청와대를 나서며 노 대통령과의 확연한 시각차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하는 분위기였다고 김종철(金鍾哲) 대변인이 전했다.

첫번째 대립은 이라크 파병문제였다. 권영길(權永吉) 의원의 파병중단 요청에 노 대통령은 “훗날 용기 없는 대통령으로 평가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파병 결정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노당이 정체성을 걸고 주장하는 비정규직 문제와 부유세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부딪쳤다. 단병호(段炳浩) 의원은 “대통령이 서민고통 문제에 인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며 “비정규직 800만명 문제가 가장 중요한데 대통령이 국회연설에서 노동 유연성을 거론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정부의 비정규직 예정 법안은 비정규직 확대정책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파견업종 축소와 파견기간 1년 단축을 요구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그건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현재 해고제한 관련 법 규정이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소용없게 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 문제와 민주노총이 상관없다. 노동운동 리더들이 정치인들을 매도할 권위가 없다고 본다”고 말해 민주노총위원장 출신인 단 의원은 ‘한숨을 푹푹 쉬었다’고 한다.

부유세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부유세 같은 것을 하려다가 저항에 부닥치면 진짜 해야 할 개혁을 못 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한때 칼국수가 청와대 주요 요리였는데 국민이 칼국수를 간절히 원한 건 아니었다”며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시절의 ‘단골 메뉴’를 화제로 삼기도 했다. 만찬 초반에 천영세(千永世) 의원단대표가 복분자주로 건배를 제의하며 민노당 방식대로 ‘세상을’이라고 외치자 노 대통령을 포함한 참석자들은 ‘바꾸자’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권영길 의원은 “‘세상’을 각자 해석하면 안 되는데…”라며 뼈 있는 말을 던졌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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